오윤 등, 새를 형상화한 작품, 전돌 테라코타, 대략 3.5m x 6m , 1973. 가벽에 가려진 일부 모습.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 제공)
한국 민중미술의 대가로 꼽히는 고(故) 오윤(1946~1986) 화백이 청년 시절 남긴 대형 벽화가 세상에 다시 나왔으나, 건물이 헐리게 되면서 통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벽화를 구하고자 시민들이 기금 마련에 나섰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는 작품의 안전한 해체·이전과 보존을 위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과 기금 마련 판매전을 진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벽화 작품은 오 화백이 스물일곱 살이던 1973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내벽에 구운 흙을 붙여 만든 대형 부조다. 사람과 새의 모습을 담아 마주 보게 한 두 개의 벽화로, 은행 측이 가벽을 세워 막으면서 그동안 존재조차 잊혔다.
오 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되는 올해, 이 건물이 팔리면서 그의 작품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건물 철거와 함께 다시 파괴될 운명이다.
벽화를 떼어내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면 비용이 들지만,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 중 선뜻 비용을 내놓겠다는 곳이 없다. 결국 시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시민서명운동 '오윤의 벽화를 시민의 품으로'에는 이름을 올린 시민이 1만 명을 넘어섰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한국민족미술인협회는 1억 원 모금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을 31일까지 진행한다. 서울 인사동에서는 기금 마련전을 26일부터 8월 9일까지 개최한다.
오윤, 춘무인추무의, 광목에 고무판화, 62.0×40.0, 1985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제공)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전시회에서는 오 화백이 살아생전 손수 찍어낸 귀한 판화 작품들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기증작을 판매해 비용을 보탤 예정이다.
오 화백은 생전에 예술은 소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대중이 함께 나눠야 한다고 믿었던 예술가다. 판화에 번호도 매기지 않고 시집이나 민주화 운동 현장에 아낌없이 내주었던 그의 나눔 정신은 오늘날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모금에서 남는 돈은 힘겹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젊은 예술인들을 돕는 기금으로 다시 쓰인다.
오윤의 벽화가 마주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치 있는 예술품이 사유 재산이라거나 공적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사라지도록 방치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외면한 우리 시대의 소중한 작품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시민과 동료 작가들이 나서고 있다. 이번 보존 운동은 위기에 처한 예술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구출해 내는 뜻깊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