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이스 알츠하이머. (출처: Uncredited, 1915,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10년 7월 15일, 인류가 오랫동안 노화에 따른 단순한 정신 착란이나 망령으로 치부해 온 특정 뇌 질환에 공식적인 이름이 붙었다. 현대 의학 역사상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이 세상에 처음 명명된 순간이다.
이 병의 명명 배경에는 두 명의 독일인 정신과 의사가 있다. 발견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와 그의 스승이자 저명한 의학자였던 에밀 크레펠린이다. 알츠하이머 박사는 1901년, 기억력이 급격히 감퇴하고 환각과 의부증 증세를 보인 51세의 여성 환자 아우구스테 디(Auguste Deter)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는 5년 동안 환자를 관찰했고, 1906년 그가 사망하자 뇌를 부검했다. 그 결과 대뇌 피질이 비정상적으로 위축돼 있었으며, 세포 내부에 실타래 같은 신경섬유 엉킴과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노인반)가 가득 차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박사는 이를 '대뇌 피질의 특이한 질환'으로 학계에 보고했으나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스승인 에밀 크레펠린은 이 발견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크레펠린은 1910년 발간한 자신의 저명한 의학 교과서 개정판에 이 질환을 소개하며, 최초 발견자인 제자의 이름을 따 '알츠하이머병'이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알츠하이머병 명명이 가지는 의학적 의미는 매우 크다. '노망'이나 '치매'라는 모호한 증상으로 묶여 있던 인지 장애를 현미경적 세포 변화에 근거한 '독립된 분자생물학적 질병'으로 정립했다. 이는 현대 신경과학과 뇌 질환 연구의 시발점이 됐다. 또한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겪는 노화 과정이 아니라 치료와 정복의 대상인 '질환'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지금도 알츠하이머병은 여전히 완전한 완치법이 없는 난치병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질병에 대한 정의는 인류가 뇌의 신비를 풀고 기억의 실종을 막기 위해 내디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인류 의학사에 뚜렷한 이정표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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