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없는 동물들의 기묘한 풍경…하타 나오야의 대표 그림책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15일, 오전 10:01

[신간] '한편 그 무렵'

'한편 그 무렵'은 글 없이 이어지는 동물들의 낯선 장면으로 인간의 시선 밖 세계를 펼친다. 저자 하타 나오야는 검은 선으로 그린 동물들의 장난과 결합을 따라가며 유머와 미스터리가 겹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건 설명을 비워둔 채 장면만 내세우는 방식이다. 제목 문구를 빼면 글이 거의 없고, 동물들은 여백 한가운데서 저마다 기묘한 관계를 만든다.

고등어를 등에 지고 걷는 고양이, 꼬리털에 꽃을 달아 짝을 짓는 다람쥐, 새의 두 발을 뿔처럼 얹은 사슴, 꼬리 줄무늬로 꽃의 길이를 재는 너구리가 차례로 나온다. 익살스러운 설정이 이어지지만 장면은 재치에만 머물지 않고 낯선 기류를 남긴다.

동물들은 혼자 서 있지 않는다. 몸과 몸을 잇고 서로의 일부를 빌려 쓰며 형태와 기능을 바꿔가고, 그 결합은 장난처럼 보이면서도 묘한 질서를 만든다.

이 장난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은 화면 안에 없다. 곰의 발톱이 꽃꽂이 핀이 되고 토끼의 귀가 구두 걸이가 되는 식의 발상은 인간적이면서도, 인간의 기척이 빠진 자리에서 더 자족적인 놀이로 남는다.

책장을 넘길수록 풍경은 한순간을 우연히 붙잡은 기록처럼 읽힌다. 숲길에서 실수로 눌린 셔터, 먼 산을 향한 망원경 끝에 걸린 장면, 깊은 밤 들판에서 마주친 풍경 같은 이미지가 겹친다.

그렇게 흩어진 장면들은 같은 시간대의 여러 장소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동시적으로 배치된 풍경을 바라보게 하면서, 어딘가에서 실제로 이런 장난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끌어낸다.

하타 나오야는 1981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 오사카 예술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부터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시작했고, 2024년 '도토리들'로 제45회 고단샤 그림책 신인상을 받았다.

△ '한편 그 무렵'/ 하타 나오야 지음/ 4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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