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어디든 푸른 물속이 될 것이다"…방수책에 담은 여름 시선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15일, 오전 10:01

[신간] '푸른 물속의 시'

'푸른 물속의 시'는 안태운을 비롯한 24명의 시를 통해 여름의 감각을 묶어낸다. '민음의 시' 시리즈 341번째 권인 이 책은 방수책(워터프루프북) 형식에 아이스크림, 분수, 수영, 낮잠 같은 여름의 이미지를 겹쳐 물속에 잠긴 듯한 읽기의 결을 만든다.

이 시선집이 먼저 붙드는 것은 계절과 시의 관계다. 시대를 건너온 시도 각기 다른 계절의 공기와 빛을 품고 있고, 그 감각은 지금의 독자 앞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책은 여름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지 않는다. 축제의 경쾌함과 끝난 뒤의 적막이 함께 놓이는 계절, 물과 열기와 휴식이 겹치는 시간을 따라 시가 어떤 표정으로 현재를 물들이는지 더듬는다.

그 흐름은 작품 배치에서도 이어진다. 1부 '이 모든 것이 여름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2부 '한여름 저녁 한 시간 반', 3부 '끝 여름의 보물찾기'로 이어지는 구성은 한 계절의 초입과 한복판, 끝자락을 차례로 건너게 한다.

개별 시편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붙잡는다. 누군가 두고 간 짐, 사라진 분수대의 빈자리, 비 뒤에 남은 웅덩이 같은 사물과 풍경이 상실과 지속, 상상과 감각의 문제로 이어지며 여름의 얼굴을 나눠 보여준다.

책 속에 실린 작품들도 그 감각을 여러 방향에서 밀어 올린다. 심지아의 '여름 자르기', 전수오의 '때아닌 우기', 조용우의 '빛을 버리는 부분', 박다래의 '지선은 소파를 밖에 내놓는다'는 물과 열기, 불길함과 고독, 침수된 사랑과 갇힌 물소리 같은 이미지를 통해 여름의 안쪽을 더듬는다.

방수책(워터프루프북)이라는 물성도 이 책의 방향과 맞물린다.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을 재활용한 '미네랄 페이퍼'로 만들어 물에 젖어도 다시 말려 보관할 수 있어, 여름의 물기와 습기를 책의 외형으로도 끌어안는다.

시선집에는 안태운과 강보원, 심지아, 박다래, 유계영, 윤지양, 이서하, 전수오, 김이듬, 박은정, 이영주, 김석영, 나하늘, 윤의섭, 오은경, 조용우, 여한솔, 임지은, 이기리, 양안다, 임원묵, 마윤지, 조해주, 정재율이 참여했다. 24명의 시인이 각기 다른 결의 여름을 펼치면서도 한 권 안에서 공통의 계절감을 형성한다.

이 책이 남기는 것은 여름을 읽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다. 더위와 휴식, 고독과 청량함이 함께 놓인 계절을 따라가며 시가 지금의 독자에게 어떤 감각으로 도착하는지 다시 묻게 한다.

△ '푸른 물속의 시'/ 안태운 외 23명 지음/ 8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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