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는 내향인과 외향인, 미래와 과거, 불안과 기쁨 사이를 오가며 어중간한 자리에서 발견하는 마음의 결을 짚는다. 저자 정재율은 '주간 현대문학' 연재작 51편과 새 원고 6편을 묶어 극단이 아닌 중간 지점에서 버티고 사랑하는 감각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이 책이 붙드는 감각은 '사이'다. 내향과 외향, 지나간 시간과 오지 않은 시간, 쓰인 문장과 쓰이지 않은 문장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한쪽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어중간하다고 치부되기 쉬운 중간 지점을 오히려 새로운 발견이 생기는 자리로 돌려세운다.
수록 글은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60편 중 51편과 단행본을 위해 새로 쓴 6편을 더해 모두 57편이다. 연재를 묶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의 문제의식을 다시 조율한 구성이어서, 흩어진 일기라기보다 하나의 정서 축을 따라 읽힌다.
목차는 4부로 나뉜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에서 자기 감정의 망설임을 들여다보고,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와 '생각을 멈추시오'에서는 생각이 많은 사람의 불안과 관찰을 밀어 올린다. '어중간한 불효자식'과 '사랑을 생각하면 무슨 감정이 떠오를까?'에서는 가족과 사랑 앞의 적정 거리를 묻는다.
책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인물상은 쉽게 단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일, 친절과 부끄러움을 헤아리는 일, 혼자 있고 싶다가도 다시 사람을 찾는 일이 모두 같은 축 위에 놓인다. 사랑을 무조건 예찬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사랑의 힘을 놓지 않는 태도가 여기서 또렷해진다.
여러 산문은 움직임보다 멈춤의 순간에서 힘을 얻는다. 넘어지고 누워 있는 시간, 침대에 머물며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시간, 외할머니의 기억 앞에서 선뜻 정리되지 않는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운다. 앞으로만 밀고 가는 서사보다 주저앉은 자리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지에 더 오래 머문다.
그래서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제목은 슬픔의 과장보다 감정의 수용에 가깝다. 울음을 참는 태도 대신 잘 울고 잘 웃을 수 있는 상태를 더 나은 감각으로 놓고, 자기 감정을 받아들여야 타인의 감정도 보듬을 수 있다는 인식으로 나아간다. 극단을 택하지 않는 태도가 이 책의 윤곽을 만든다.
정재율은 201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와 '온다는 믿음'을 냈고 제14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이번 책은 등단 7년 만에 처음 내놓는 에세이집이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다섯 번째 에세이선이다.
△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정재율 지음/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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