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연극 ‘Che dolore terribile è l’amore’의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왼쪽)과 배우 모니카 피세두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카름 수도원 회랑(Cloître des Carmes)에서 야간 공연을 마치고 현지 특파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6.7.15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작별하지 않는다’는 연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변화의 가능성을 갖는 이야기죠."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프랑스 남부 아비뇽 무대에 올린 이탈리아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14일(현지시간) 공연 직후 특파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 'Che dolore terribile è l’amore'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판 'Impossibles adieux'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이탈리아어 제목은 우리말로 옮기면 '사랑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가'라는 뜻에 가깝다.
이 작품은 데플로리안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배우 안나 코폴라, 데플로리안, 모니카 피세두가 출연한다. 13일부터 18일까지 매일 오후 10시 카름 수도원 회랑(Cloître des Carmes)에서 공연되며, 이탈리아어로 진행되고 프랑스어와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데플로리안은 한강의 소설을 다시 선택한 이유를 묻자 앞서 무대화했던 '채식주의자를 떠올렸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은 매우 고독한 변화를 겪는다"며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와 달리 연결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우정이 있고 가족사의 연결이 있다"며 "세상의 폭력에 맞서는 필요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한강이 이 소설을 사랑에 관한 책으로 언급한 것을 떠올리며 "그 말을 듣고 '좋아, 우리는 이걸 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주 4·3의 기억을 다루는 작품을 준비하며 제작진은 제주를 직접 찾았다. 데플로리안은 "나와 모니카 피세두, 연출 조수와 함께 제주에 직접 가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며 "장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고 했다.
그는 "기념관에서 긴 하루를 보냈고, 풍경과 바다, 화산섬이라는 생각, 강하고 아름다운 섬을 보는 것도 중요했다"며 "이탈리아로 돌아와 다시 책을 읽었을 때는 달랐다. 우리 눈 안에 그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데플로리안은 한강의 문학이 비극을 다루면서도 독자를 절망에 묶어두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한강의 글에는 늘 일종의 희망이 있다"며 "그것은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강하고 감동적이지만, 끝에는 삶으로 향하는 중요한 통로가 있다"고 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연극 ‘Che dolore terribile è l’amore’ 공연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카름 수도원 회랑(Cloître des Carmes)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비뇽 축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15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공연은 제주 4·3을 곧바로 설명하지 않는다. 데플로리안은 "학살의 이야기를 들을 가능성을 갖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가졌던 태도와 같은 태도를 무대에서도 가지려 했다"며 "눈이 있고, 유령이 있고, 우정이 있고, 과거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관객은 들을 준비가 된다"고 했다.
피세두는 이 작품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그 이야기 안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경계에 머물기로 했다"며 "우리와 멀리 떨어진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처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우리와 아주 가까이, 첫 줄에서 1m 정도 거리에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여정은 아주 가까운 것에서 출발해 점점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고 했다.
피세두는 공연 중 관객의 변화도 가까이서 느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관객들이 웃고 미소 지었지만, 조금씩 집중이 생기는 것을 봤다"며 "그들이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혹은 모른다고 여겼던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이 열린 카름 수도원 회랑은 피세두가 말한 '가까움'이 구현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아비뇽에서 페스티벌 주최 측과 한국 취재진의 현장 소통을 맡고 있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 측은 이곳을 "교황청 궁전 명예의 뜰이 아비뇽 페스티벌의 거대한 심장이라면, 카름 수도원 회랑은 페스티벌의 성장을 함께해 온 역사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데플로리안은 번역의 한계에 대해서도 "우리는 원본을 결코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책에서 이해하지 못한 것은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려 했다. 어렵지만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한강 문학이 자신을 사로잡은 지점으로는 폭력의 문제를 들었다. 데플로리안은 "가장 먼저는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라며 "사적인 폭력과 국가의 폭력을 정확히 나누지 않고, 두 층위를 계속 섞어내는 방식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80회를 맞아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15일과 16일 교황청 궁전 명예의 뜰(Cour d’honneur du palais des Papes)에서 열리는 낭독 퍼포먼스 '새'(Oiseau)로도 관객을 만난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한강의 문장을 읽는다.
oldpic31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