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리게즈 佛 아비뇽 예술감독 "한국 공연예술, 유럽에 덜 알려져…초청은 이제 시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16일, 오전 01:07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호텔 클루아트르 생루이에서 현지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5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한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 예술감독이 "올해 한국어 초청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한국 공연예술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호텔 클루아트르 생루이에서 진행한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공연예술은 유럽과 프랑스 관객, 비평가, 공연예술 전문가들에게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비뇽 페스티벌이 특정 국가가 아니라 '언어'를 초청하는 이유에 대해 "이 축제는 1947년 장 빌라르가 세운 이후 쓰이고 말해지는 언어의 힘, 그리고 그 언어가 세계적 차원에서 교류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아니라 언어를 초청하는 것은 국적이나 경계를 넘어 언어와 예술을 통해 교류하는 힘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호드리게스 감독이 한국어 초청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22년 가을이다. 당시 아비뇽 페스티벌 팀은 서울을 찾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측과 교류하며 한국 동시대 공연예술 현장을 살폈다.

그는 "아비뇽 페스티벌이 28년 동안 한국 예술가를 초대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인식하게 됐다"며 "한국 공연예술을 더 깊이 알아가야겠다는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올해 초청 언어로 선정된 배경에는 한류의 확산도 있었다. 다만 호드리게스 감독은 K팝과 K드라마, 영화, 문학은 이미 유럽에 널리 알려졌지만 공연예술은 사정이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한국에서 현재 어떤 동시대 예술가들이 공연예술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는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는 한국 예술가와 단체의 작품 9개가 공식 초청됐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초청작 선정 과정에 대해 "예술가들의 작업을 충분히 이해해야 초청할 수 있다"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예술가를 직접 만나고 공연을 봤다"고 설명했다.

선정 기준으로는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판소리 작품을 초청하면서 또 다른 판소리 작품을 함께 초청할 수는 없었고, 다큐멘터리 형식의 연극도 마찬가지였다"며 "장르와 형식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청작들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꼽았다. 그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려는 한국 동시대 예술가들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며 "프랑스 관객에게도 신선한 감동과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 반응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관객과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한국 작품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연극의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며 “예술가와 관객의 만남이 매우 강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아비뇽에서 소개된 한국 작품 가운데 10편 안팎이 다른 해외 페스티벌 초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작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올해 한국어를 초청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만남은 시작일 뿐"이라며 "다시 28년을 기다리지 않고 더 짧은 주기로 한국 예술가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4·3을 다룬 작품이 여러 편 포함된 데 대해서는 "이경성의 공연과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제주 4·3을 알게 됐다"며 "같은 주제를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매우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이후에도 아비뇽 페스티벌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한국 측 기관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아비뇽 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도 소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장 빌라르가 창설한 프랑스 대표 공연예술 축제다. 매년 7월 프랑스 남부 아비뇽 교황청 궁전 명예의 뜰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열리며, 올해 80회 페스티벌은 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하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 구자하의 '하리보 김치', 이자람의 '눈, 눈, 눈', 이경성의 '섬이야기' 등 한국 예술가 및 한국 관련 작품을 공식 프로그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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