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만 듣던 시대 끝… 학술대회에 전시·박람회 더한 '콘펙스' 뜬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7월 22일, 오전 06:03

2020년 국제 바이오 콘퍼런스인 '바이오 플러스'에 전문 전시·박람회를 추가하면서 '콘펙스' 행사로 외연을 확장한 '바이오 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지난해 행사 모습(사진=한국바이오협회 제공)
2020년 국제 바이오 콘퍼런스인 '바이오 플러스'에 전문 전시·박람회를 추가하면서 '콘펙스' 행사로 외연을 확장한 '바이오 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지난해 행사 모습(사진=한국바이오협회 제공)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내달 19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는 올해 행사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콘퍼런스와 함께 열리는 전시·박람회(엑스포) 규모가 배로 커지며 전체 행사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됐다. 2018년 전문 산업 콘퍼런스(컨벤션)로 시작한 행사는 2년 전인 2024년 처음 전시·박람회를 프로그램 트랙에 추가했다. 주최 회사 디엠케이(DMK) 박세정 대표는 “기존 컨벤션 행사에 전시·박람회를 추가하면서 1년 만에 2000여 명이던 참가자는 1만 5000여 명으로 7.5배, 10개 안팎 수준이던 기업 참여도 70개로 7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오는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바이오 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도 올해 행사 규모가 늘었다. 지난해 코엑스 3층과 4층 C홀 전시장과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행사는 올해 행사 장소를 2층 더플라츠 전시장과 스튜디오 159로 확대했다. 2019년 17개였던 콘퍼런스 세션은 지난해 34개로 2배, 부스 80개였던 전시·박람회는 550개 부스로 7배가 커졌다. 2015년 첫 행사 개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협회는 2020년 글로벌 전시 전문회사 알엑스(RX)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존 콘퍼런스 뿐이던 프로그램에 전시·박람회 ‘인터펙스’(Interphex)를 추가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는 참가자 7.5배 쑥

컨벤션(국제회의)과 전시·박람회를 결합한 ‘콘펙스’(ConfEx) 행사가 마이스(MICE)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협회와 학회, 산업계가 정기적으로 여는 콘퍼런스와 학술회의 등과 연계 개최하는 산업 전시·박람회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동시에 열리는 컨벤션과 전시·박람회가 차별성 없는 구색 맞추기식 부대행사를 넘어 단독 개최가 가능한 수준까지 커지면서 행사 인지도와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다. 관련 분야 전문성과 시장 영향력에 안정적인 참가 수요까지 두루 갖춘 콘퍼런스, 학술회의 등 컨벤션 행사가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박람회 ‘국제화’의 난제를 풀 해법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펙스는 콘퍼런스·포럼 등 컨벤션 행사와 연관 산업 분야 전시·박람회가 동시에 열리는 ‘멀티 포멧’ 행사를 지칭하는 용어다. 대규모 산업 전시·박람회 기간에 크고 작은 콘퍼런스와 세미나, 신제품·신기술 발표회 등 수백건의 컨벤션 행사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등이 대표적인 콘펙스 행사다. 최근 학계와 산업계가 내놓는 연구개발 성과가 즉각 상용화되는 신기술 도입과 신제품 개발의 시간적·공간적 간극이 줄면서 수요가 늘고, 비중도 커지고 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콘펙스 행사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콘퍼런스, 학술회의 등 기존 컨벤션 행사에 연관 산업 전시·박람회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내달 19일부터 열리는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 올 10월 말 예정된 ‘바이오 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모두 강연·토론 포멧의 기존 컨벤션 행사에 전시·박람회가 더해졌다. 박 대표는 “강연에서 들은 내용을 실제로 보기 원하는 참가자들 니즈에 맞춘 것”이라며 “전시·박람회 추가로 기존 80개이던 강연이 120개로 늘면서 ‘테크 비즈니스 이벤트’로서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프로그램 구성이 더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ASLS)가 매년 봄·가을에 여는 ‘ASLS 코리아’도 기존 컨벤션 행사가 전시·박람회로 확대되면서 흥행에 성공한 콘펙스 행사가 됐다. 지난 2021년 학회는 창립 때부터 주기적으로 개최해온 학술대회에 ‘미용의료기기 박람회’ 타이틀이 달린 전시·박람회를 추가했다. 행사 포멧을 컨벤션에서 전시·박람회로 확장하면서 장소도 호텔에서 양재동 aT센터, 마곡동 코엑스마곡 등 전문 시설로 바꿨다. 올 4월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행사엔 미용·성형 분야 4000여 명의 의료 전문가와 국내외 170개 기업이 참여했다. RX 코리아 관계자는 “4월 봄 행사에 11월 열리는 가을 행사도 전시·박람회를 추가한 콘펙스 행사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학회 주최 학술대회에 RX 코리아 전시 전문 회사가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전시·박람회로 확장한 'ASLS 코리아 2026 스프링' 행사 모습(사진=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RX코리아 제공)
기존 학회 주최 학술대회에 RX 코리아 전시 전문 회사가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전시·박람회로 확장한 'ASLS 코리아 2026 스프링' 행사 모습(사진=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RX코리아 제공)
◇“흥행 가도 콘펙스 행사, 지역 개최 유도해야”

눈여겨볼 또 다른 특징은 전시·박람회로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문 전시 주최사(PEO)와의 협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확장 효과를 단기간 내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컨벤션은 관련 협회·학회가 맡고, 비즈니스 이벤트 요소가 강한 전시·박람회는 전문 회사가 전담하고 있다. 행사 지분과 수익 배분 등 민감한 조건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하거나 각자도생 방식으로 각자 단독 행사를 만들던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기존 디엠케이 단독 주최이던 ‘AI 서밋 서울’은 지난해 엑스포를 추가하면서 코엑스가 새롭게 주최사로 합류했다. RX 코리아는 한국바이오협회 외에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와도 전시·박람회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단독 개최할 때보다 RX 코리아가 합류한 이후 행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콘펙스 흥행 사례와 양상은 토종 국제 마이스 행사 개발, 지역 마이스 활성화의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시컨벤션센터 개발로 행사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지방 도시에선 제도·정책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열리는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춘 컨벤션 행사를 콘펙스로 확장하면서 지역 개최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방 이전 개최의 확실한 당근 제시와 행사의 단기간 내 안착을 위해 정부·지자체 중복 지원을 따지지 말고 선택과 집중 지원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역 전시컨벤션센터 관계자는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의 가장 큰 허들과 한계인 안정적인 참가 수요 확보 측면에서 보면 콘펙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라며 “기본 3~5년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을 순회하거나 격년으로 수도권과 지역을 돌아가면서 열리는 다양한 산업군의 콘펙스 행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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