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를 주제로 열린 '모두의 토론회'에서 현장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찬성 측은 광화문이 경복궁의 정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인 만큼 한글의 상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전 발제에 나선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은 기존 한자 현판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과거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치와 미래 세대에 남길 유산도 함께 만들자는 것”이라며 “한글 현판 추가는 역사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 역사를 이어 쓰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복궁이 세종 시대에 조선의 법궁으로 완성됐고 한글 창제의 역사를 품은 공간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오후 토론에 참여한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도 한글이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면 “한글의 나라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자 현판을 그대로 둔 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를 주제로 열린 '모두의 토론회'에서 현판 병기에 대한 기대효과 등 내용이 적힌 조별 활동지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한글의 국가 상징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그 사실만으로 광화문 문루에 한글 현판을 추가해야 할 필요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며 “덧붙이는 순간 광화문은 변한다”고 말했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과 시대 변화에 따라 이용되는 광화문광장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글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복원이 진행 중인 경복궁의 정문은 역사적 고증과 원형 유지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모나리자에 눈썹이 없다고 새로 그려 넣으면 그것이 모나리자겠느냐”고 비유했다.
21개 조로 나뉘어 토론한 일반 참가자들의 의견도 팽팽했다. 한글 병기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조가 있는가 하면 원형 보존을 우선해야 한다는 조도 있었다. 찬반이 4대 4나 절반씩 나뉜 조도 있었으며, 토론을 거치면서 찬성에서 반대로 또는 반대에서 찬성으로 의견을 바꾼 참가자도 나왔다.
참가자들이 대체로 공유한 지점은 광화문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한글의 우수성과 상징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한글 현판을 달더라도 문화유산을 물리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디자인과 설치 방식, 집필자 선정, 예산과 사후 관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판의 앞면에는 한자를 유지하고 뒷면에 한글을 다는 방안도 거론됐다. 일정 기간 임시로 현판을 설치해 국민 반응을 확인하거나 레이저·미디어파사드·홀로그램으로 한글 현판을 구현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광화문광장에 한글 특화 공간을 조성하고 전시·해설·QR코드 안내판·문화상품 등을 통해 한글을 알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호중(왼쪽)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를 주제로 열린 '모두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문체부는 이날 발표된 내용과 제출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오늘 토론회가 더 많은 국민의 생각을 듣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충분히 듣고 토론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