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의 이민자 삶, 딸이 기록하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27일, 오전 09:01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은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화자의 기억을 따라가며 이민자 가족의 단절과 성장의 상처를 파고든다.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은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화자의 기억을 따라가며 이민자 가족의 단절과 성장의 상처를 파고든다. 저자 시그리드 누네즈는 아버지의 침묵, 어머니의 불행, 발레와 사랑의 경험을 4부로 엮어 자신의 문학이 출발한 자전적 원형을 드러낸다.

누네즈의 데뷔작은 가족 안에서도 끝내 닿지 못한 언어가 한 사람의 자의식을 어떻게 빚는지에서 출발한다. 화자는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며 단절과 불화를 몸으로 겪고, 그 균열은 성장의 기억과 사랑의 방식까지 번져간다.

1부 '장'은 단편적인 기억과 사물들만 남은 아버지를 더듬는다. 화자는 과묵한 아버지를 "말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사람"이었을지 모른다고 되묻고, 이민자 아버지의 고립을 뒤늦게 복원한다.

2부 '크리스타'는 어머니의 불행과 가정의 긴장을 정면으로 꺼낸다. 고향 독일을 그리워하며 임대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못한 어머니의 삶은 속정과 가학이 뒤섞인 사랑으로 남고, 화자는 집 안에 늘 드리웠던 공포를 성장 뒤에야 자각한다.

소설은 부모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 상처가 화자에게 남긴 감각으로 옮겨간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부딪친 가족사는 화자 '나'의 성장담으로 이어지고, 정체성과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 배경 위에서 형성된다.

3부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에서 발레는 도피처이자 질서를 다시 세우는 공간으로 나온다. 학교가 끝난 뒤 집 대신 발레 수업으로 향하던 시간은 현실의 소음에서 벗어난 세계였고, 화자는 그곳에서 존엄과 자의식을 회복하는 감각을 배운다.

4부 '이민자의 사랑'은 러시아계 이민자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상처의 연결을 더 밀어붙인다. 화자는 상대의 서툰 영어와 이민자의 삶에서 자신의 과거를 비춰 보고, 가족의 기억이 친밀함과 선택의 방식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드러낸다.

이 작품은 4개 부를 한데 묶어 독립된 단편처럼 시작한 기록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모았다. 시그리드 누네즈는 195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95년 이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친구'와 '어떻게 지내요'로 이어지는 문학의 출발점을 이 책에 남겼다.

△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장성주 옮김/ 31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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