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가슴 깊이 상처를 남기는 뼈아픈 기억" 시진핑 "백 번의 총살이면 충분하다"
'시진핑 연구'는 시진핑 개인과 중국의 지배체제를 동시대 1차 사료와 내부 자료로 추적하며 권력의 작동 방식을 파고든다. 저자 스즈키 다카시는 연설문과 회고록, 권력투쟁의 소문을 걷어내고 '4단계 우선순위'와 대만, 디지털 레닌주의 같은 축으로 시진핑의 계산법을 짚는다.
시진핑이라는 이름은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그 인물과 권력의 움직임은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정보 통제와 내부 자료 접근의 한계, 연설문과 회고록의 왜곡 가능성 같은 장벽부터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그 장벽을 넘기 위해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당과 군의 내부 자료, 방대한 실증 자료를 교차 검증했다. 일본어 원서 652쪽 가운데 인용 출처 목록만 132쪽에 이른다는 점도 자료 추적의 밀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력 장악 뒤 나온 찬양성 회고록을 배제하고, 시진핑이 각 근무지에 있던 시점의 1차 사료를 중심에 둔 점도 이 책의 방법론으로 나온다.
구성은 크게 두 축이다. 전반부는 시진핑 체제의 지배 정통성, 디지털 레닌주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현주소, 당원 집단의 변화 같은 구조를 다루고, 후반부는 시진핑의 정치 이력과 리더십, '영수' 호칭, 마오쩌둥 사상, 대만 정책까지 따라간다.
책의 핵심 장면 가운데 하나는 시진핑이 명목상 후계자에서 실질적 최고 실력자로 올라서는 과정이다. 저우융캉·보시라이·링지화 등의 정변 시도와 그 뒤에 이어진 반부패 캠페인, 민주생활회를 통한 충성 강요가 권력 장악의 메커니즘을 차례로 살핀다. 권력투쟁을 사건 개요가 아니라 당사자의 내면과 공포까지 포함해 읽어내려는 시선이 선명하다.
또 다른 축은 시진핑의 4가지의 판단 기준이다. 책은 그의 정치적 결정이 개인 권력 유지와 가족의 안전, 공산당 일당 지배의 영속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대만 통일의 순서로 움직인다고 정리한다. 이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대만해협의 위기와 중국의 다음 선택을 감정이 아니라 계산법으로 읽어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마오쩌둥과의 관계를 다루는 대목도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저자는 문화대혁명기의 원체험이 시진핑에게 각인됐다고 보면서도, 통치 방식은 대중운동이 아니라 관료 조직과 기율검사, 사법, 감찰, 빅데이터를 앞세운 통제라는 점에서 마오와 갈라진다고 짚는다. '디지털 레닌주의'라는 개념이 여기서 핵심 열쇠다.
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반도와도 맞닿아 있다. 책은 대만 통일을 영토 문제에만 묶지 않고 청일전쟁과 시모노세키 조약, 푸젠성 시기의 경험, 동아시아 질서 재편 구상과 연결한다. 위기가 대만해협을 넘어 동북아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 맥락에서 나온다.
저자 스즈키 다카시는 다이토문화대학 동양연구소 교수로 정치학과 중국 정치를 연구해왔다. 전작 '중국공산당의 지배와 권력'으로 일본무역진흥기구 아시아경제연구소의 발전도상국 연구장려상을 받았고, '시진핑 연구'는 출간 직후 제37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받았다.
△ '시진핑 연구'/ 스즈키 다카시 지음/ 안승환 옮김/ 6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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