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혜성 연예부 문화부 겸임 부국장
한국 멤버들인 원이, 리브, 메이, 제나와 일본인 미나미로 구성된 5인 걸그룹 리센느는 지난 2024년 3월 중소 가요 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했다.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 맏언니이자 리더인 2004년 5월생 원이 조차 만 20세가 채 되지 않았다. 2024년 8월에는 청량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의 팝 댄스 넘버 '러브 어택'을 타이틀곡으로 한 첫 미니앨범을 냈다. 멤버들은 어렸지만, 춤과 노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버클리 음대 출신인 소속사 수장도 리센느를 든든히 받쳐줬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가요 관계자들은 리센느를 유망주로 꼽았다. 그러나 리센느는 꾸준했을 뿐, 치고 나가진 못했다. 그러던 중, 올봄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미나미의 "거제 야호"가 밈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멤버들 모두 친근한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리센느의 노래 역시 주목받았다. '러브 어택'은 역주행 속에 공개 후 약 2년 만에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카라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신곡 '프리티 걸'도 가요 프로 정상을 차지했다. '리센느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소돌' 리센느의 성공에 많은 이들, 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2년간 고생했던 리센느가 역주행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나도 힘이 난다"는 반응도 많다.
K팝 산업 측면에서도 리센느의 톱 걸그룹 등극은 의미가 크다. 가요계에서 오랜만에 나온 중소 기획사 제작 그룹의 성공이다.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국내 가요계에선 팝 댄스, 발라드, R&B, 힙합, 록 등 여러 장르와 가수가 골고루 인기를 누렸다. 배경 중 하나로는 다양한 성향의 중소 기획사들이 존재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K팝이 전 세계의 본격적 관심의 대상이 된 2010년대 이후로는 중소 기획사의 생존은 힘들어졌다. 대중음악계도 갈수록 대형화되며, 팀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써야 했다. 중소 기획사엔 버거웠고, 대형 기획사 품으로 안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졌다.
대형 기획사들의 탄탄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탄생한 K팝 보이 및 걸 그룹은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하며, K팝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음악적 측면에선 다수의 팀이 팝 댄스나 힙합 등에 중점을 두기에, 개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그룹 멤버들 역시 실력과 외모는 출중하지만 신비감을 추구하는 때가 많기에, 대중에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경우도 있다. 반면 리센느 멤버들은 대형 기획사 아이돌들과는 달리 망가짐도 서슴지 않는 친근한 매력을 선보였다. 한 명의 팬이라도 더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 SNS 라이브 방송을 수 시간에 걸쳐 진행하기도 했다. 대형 기획사의 체계적 시스템하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소 기획사의 성공은 개성 넘치는 아이돌과 아티스트가 보다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성향과 매력의 가수들이 계속 탄생해야 K팝은 더욱 탄탄해진다. '중소돌' 리센느의 반전 성공 드라마가 여러 면에서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come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