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주 "고립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 동안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일이었습니다."(8쪽) 송인주 "부패한 상태로 발견된 시신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나 집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판단했다."(17쪽) 송인주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나 동료, 이웃이 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삶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 된다."(209쪽)
'혼자 죽는 사회'는 고독사를 개인의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기 전 어떤 고립의 과정을 거치는지 사회적 부검의 방식으로 추적한다. 저자 송인주는 2016년부터 검토한 2만 건 넘는 경찰의 변사 기록과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중장년 남성, 제도의 공백, 지역 환경이 어떻게 고독사를 키우는지 짚는다.
고독사는 죽음의 순간보다 그 전의 고립 과정을 봐야 한다. 송인주는 법의학적 부검이 몸의 흔적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듯, 사회적 부검은 삶에 남은 기록과 흔적으로 죽음의 사회적 배경을 더듬는 일이라고 말한다.
책은 사례자 11명과 지역 사례 한 곳을 통해 관계 단절, 빈곤, 질병, 주거 불안, 늦게 닿은 지원이 한 사람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추적한다. 사업 실패와 이혼 뒤 홀로 남은 중년 남성,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여성, 팬데믹 속에서 새 거주지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 아동보호시설에서 나온 자립준비 청년의 삶이 차례로 놓인다.
특히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는 책의 중심이다. 2024년 전국 고독사 3924건 가운데 남성이 82~83퍼센트(%)를 차지했고, 50~60대 남성 비중은 54%에 이른다. 저자는 실직과 사업 실패, 이혼, 질병이 노동과 관계망을 함께 무너뜨릴 때 이들이 지원 체계보다 더 빨리 고립으로 밀려난다고 본다.
준영 씨와 정준 씨 사례는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대기업 퇴사 뒤 사업 실패를 겪은 준영 씨는 10여 년 동안 거의 홀로 지냈고, 사업 확장을 위해 타지로 옮겼던 정준 씨는 건강 악화와 생계 부담 속에서 원룸에 고립됐다. 저자는 이들의 죽음을 개인적 실패로 좁히지 않고, 다시 일어설 틈을 주지 않는 노동과 복지의 빈틈으로 읽는다.
제도가 있어도 당사자에게 닿지 않는 장면도 반복된다. 선화 씨는 명의 도용으로 잡힌 자동차 자산 탓에 두 차례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했고, 순례 할머니는 여든 살 후반에 거주지를 옮긴 뒤 6개월 만에 팬데믹을 맞았다. 탈북이주민 복민 씨 사례에서는 지원 내용보다 어떤 이름과 관계로 접근하느냐가 수용 여부를 갈랐다.
지역을 단위로 고독사를 읽는 K동의 사례연구는 이 책의 또 다른 축이다. 2021년 S시 전체 고독사 가운데 48%가 K동에서 발생했고, 11건은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m) 안에 모였다. 저자는 원룸 밀집, 짧은 임대 계약, 외지인 소유 확대, 부족한 행정·복지 인프라가 겹칠 때 고립의 신호를 알아차릴 통로도 함께 약해진다고 짚는다.
송인주는 한국 최초로 고독사 통계와 판정 기준을 마련한 사회복지 연구자다. 2016년부터 2만 건이 넘는 경찰 변사 기록을 검토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돌봄서비스를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 축적을 바탕으로 고독사를 숫자나 사건명으로만 다루지 않고, 한 사람의 마지막에 앞서 무너진 일상과 관계를 추적한다.
책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가족이 아닌 다른 연결망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다. 저자는 노인 장기요양, 1인 가구 돌봄, 일상돌봄서비스 같은 공적 제도만으로는 빈틈을 메우기 어렵다고 보고, "도와줄 동료, 이웃, 어른"이 먼저 작동하는 안전망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 '혼자 죽는 사회'/ 송인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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