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가 위선으로 바뀌는 순간…소설가 임현이 그린 회색지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28일, 오전 09:01

'행복한 소설가'는 선의와 악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따라가며 용서와 혐오, 배려와 위선이 뒤섞이는 순간을 파고든다.

'행복한 소설가'는 선의와 악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따라가며 용서와 혐오, 배려와 위선이 뒤섞이는 순간을 파고든다. 저자 임현은 4년 만의 세번째 소설집에 8편을 묶어 통념처럼 굳은 '좋음'의 얼굴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여러 인물의 서사로 밀어붙인다.

이 소설집의 중심에는 사람의 마음을 선과 악, 배려와 무도로 깔끔하게 가를 수 없다는 질문이 놓여 있다. 표제작 '행복한 소설가'를 포함한 작품들은 누군가를 돕는 마음이 혐오로 뒤집히고, 스스로 옳다고 여긴 선택이 타인을 더 깊이 밀어내는 장면을 잇따라 호출한다.

표제작에서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는 아내 연재가 일하는 도서관에서 벌어진 일을 소재로 삼으려 한다. 경계선지능인 정은 씨를 둘러싼 배려와 불편, 동정과 미움이 한데 얽히는 장면은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다가 끝내 혐오하게 되는 보통의 마음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첫 작품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는 동해로 향하는 가족의 차 안에서 연민과 기만이 함께 흔들리는 순간을 끌어낸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월 70만원 임대료를 안고 공방을 물려받은 인물이 상문 씨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호의처럼 보이는 행동이 얼마나 얇은 자기 정당화로 기울 수 있는지 드러낸다.

수록작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은 불륜 상대의 죽음 뒤 남은 빚과 용서의 문제를 붙든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자리가 엇갈리는 고백을 따라가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이 가능한지 되묻는다.

'부딪히는 돌과 바위들에게'는 시간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표절 의혹을 통해 믿음의 뒤편에 숨어 있는 오만을 더듬는다. '느리게 흩어지기'와 '분재' 역시 글쓰기 모임의 어긋난 이해, 입양가정의 균열을 따라가며 선의가 늘 구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린다.

소설집에는 용서와 수치, 배려와 선민의식이 한 몸처럼 붙어 있다는 문제의식이 흐른다. 작가의 말에서도 임현은 자신을 고백하기보다 자신이 아닌 사람을 변명해왔다고 적으며, 타인을 부정하지 않고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임현은 2014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 '그들의 이해관계'와 중편소설 '당신과 다른 나' 등을 펴냈다.

△ 행복한 소설가/ 임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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