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영수 영원의 나무'
'무영수 영원의 나무'는 한국 전통 간화선의 화두와 선명상의 호흡을 시의 언어로 풀어내며 바쁜 일상 속 멈춤의 감각을 짚는다. 저자 금강은 '신심명의 노래'부터 '명상의 노래'까지 네 갈래 구성을 따라 분별을 내려놓는 마음, '이뭣고'의 화두, 차 한 잔과 한 번의 숨에서 만나는 평화를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은 참선을 멀리 있는 수행으로 두지 않는다. 숨 가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 한 번의 들숨과 날숨으로 다시 삶을 만나는 순간을 선명상의 출발점으로 세운다.
첫머리에 놓인 '신심명의 노래'는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분별을 내려놓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손바닥과 손등, 물과 파도, 둥근 달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며 갈라진 마음을 다시 하나로 묶는 방향을 짚는다.
이어지는 '화두의 노래'는 '이뭣고'라는 물음을 앞세워 본래의 나를 묻는다. '무영수無影樹 아래서', '주인공아, 답하라',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뚫고' 같은 제목들은 생각의 벽을 깨고 의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간화선의 긴장을 드러낸다.
'증도가의 노래'와 '명상의 노래'로 넘어가면 시선은 깨달음의 언어에서 일상의 몸으로 내려온다. 달빛, 허공, 찻잔, 강물 같은 이미지가 이어지고, 숨 쉬기와 걷기, 차 한 잔, 몸의 감각을 살피는 장면들이 명상을 추상 개념이 아닌 생활의 리듬으로 바꿔 놓는다.
책 속 문장들은 설법보다 짧은 호흡에 가깝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차 한 잔의 온기를 느끼는 길, 뾰족한 마음 대신 둥근 달의 마음으로 세상을 품어보라는 제안이 반복되며, 복잡한 설명보다 간결한 장면으로 선의 언어를 전달한다.
구성은 네 갈래로 나뉘지만 책이 붙드는 문제의식은 한곳으로 모인다. 바쁜 일상과 끊임없는 분별 속에서 잊기 쉬운 고요를 어떻게 다시 만날 것인지, 멀게 느껴졌던 참선의 세계를 오늘의 언어와 생활 감각으로 어떻게 옮길 것인지가 중심에 놓인다.
금강은 대한불교조계종 선명상위원장과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며 간화선 수행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힘써왔다. 그림을 맡은 성기화는 참선을 배우며 수행과 예술을 함께해 온 화가로, 작품 '영원의 나무'를 비롯한 꽃과 크로키 작업을 이어왔다.
이 책은 시집의 형식을 빌려 화두와 호흡, 분별과 평화, 수행과 일상을 한 흐름으로 묶는다. 참선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선의 언어를 일상 가까이 끌어오는 통로가 되고, 마음의 속도를 늦추려는 독자에게는 지금의 숨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남긴다.
△ '무영수 영원의 나무'/ 금강 지음/ 성기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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