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떻게든 되더라고요'는 30년 동안 시간강사로 버틴 정일영의 생존 시간을 따라가며 임용 실패와 공황장애, 뜻밖의 전성기까지 한 흐름으로 짚는다.
'결국 어떻게든 되더라고요'는 30년 동안 시간강사로 버틴 정일영의 생존 시간을 따라가며 임용 실패와 공황장애, 뜻밖의 전성기까지 한 흐름으로 짚는다. 정일영은 프랑스 유학과 박사학위, EBSi 강의, 유튜브 '침착맨' 출연을 거치며 버텨온 시간이 어떻게 예순다섯의 반전으로 이어졌는지 풀어낸다.
'결국 어떻게든 되더라고요'의 중심에는 예순다섯의 전성기보다 그 전까지 이어진 긴 버팀의 시간이 놓여 있다. 정일영은 프랑스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뒤에도 교수 임용 문턱을 넘지 못한 채 30년 동안 시간강사로 살아온 시간을 먼저 꺼낸다. 뒤늦게 찾아온 화제성은 그 시간을 비추는 후반 장면으로 배치된다.
초반부는 프랑스 유학과 박사학위, 그리고 50세에 이르러 교수의 꿈이 멀어졌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는 임용 실패가 이어지는 동안 우울과 공황장애를 겪었고, 한 달 수입이 50만 원이었던 시절과 시간강사라는 이유로 면전에서 무시당한 순간도 적어 넣는다. 실패를 성공담의 재료로 포장하지 않고, 계속 아프고 잊히지 않는 시간으로 남겨 둔 점이 책의 출발선이다.
버티는 방식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당장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는 데 맞춰진다. 정일영은 돈이 되는 글이라면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 신변잡기까지 가리지 않고 썼고 그렇게 낸 책이 40여 권에 이르렀다. 강사 연구 지원금을 받기 위해 1년 동안 논문 7편을 쓰며 '연구비 헌터'라는 별명까지 얻은 대목은 생존이 곧 노동의 밀도를 뜻했음을 보여준다.
책의 중반은 그 시간이 몸에 밴 말투와 태도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보여준다. 그는 처음 맡는 강의에도 먼저 하겠다고 답했고, 그렇게 시작한 EBSi 강의는 8년 동안 이어졌다.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 48명이 "검은색이요"라고 받아친 장면이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학생들이 더 마음을 연다는 대목은 강단에서 쌓인 감각을 드러낸다.
3장에서는 '침착맨' 출연 뒤 벌어진 낯선 인기와 그에 따른 불안을 함께 다룬다. 하루 만에 영상 조회수 30만 회를 기록한 뒤 학생들이 사진과 사인을 요청하고, 카페에서는 젊은 커플이 먼저 알아보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나 섭외 요청이 일주일만 뜸해도 초조해진다는 고백은 전성기 이후에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긴다.
후반부로 갈수록 책은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와 관계의 변화를 함께 묶는다. 덥수룩한 수염과 추리닝 차림으로 다니다 폐지를 줍는 이에게 경쟁자로 오해받은 일, 구치소 인문학 특강에서 평소와 달리 노래만 부르고 돌아온 일 같은 장면은 허술함과 자조를 섞는다. 동시에 연락처가 거의 없던 휴대전화에 사람들 번호가 늘어나는 과정은 예순다섯에 이르러 사회와 새로 연결되는 감각을 보여준다.
책은 고생 끝에 반드시 보상이 온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보장 없는 시간을 건너는 동안 무엇을 붙들고 살았는지, 실패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다음 날 할 일을 이어가는 태도가 어떻게 한 사람을 버티게 했는지 묻는다.
△ 결국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정일영 지음/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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