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니콘'은 4000억원대 매각 신화를 쓴 보노보스 창업자 앤디 던의 성공 뒤편에 놓인 양극성 장애와 붕괴의 순간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검은 유니콘'은 4000억원대 매각 신화를 쓴 보노보스 창업자 앤디 던의 성공 뒤편에 놓인 양극성 장애와 붕괴의 순간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앤디 던은 경조증이 밀어 올린 성장과 우울증이 끌어내린 파국, 그리고 병을 숨긴 16년 끝에 자신의 상태를 공개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록 형식으로 따라간다.
유니콘 신화의 중심에 선 창업자에게 성장의 동력과 붕괴의 원인이 같은 곳에서 왔다는 역설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던은 제1형 양극성 장애를 안고도 투자 거절 100여 차례를 뚫고 남성복 전자상거래 업체 보노보스를 키웠다. 병을 숨긴 채 버틴 시간은 회사를 밀어 올렸지만 동시에 삶을 무너뜨리는 압력으로 쌓였다.
던은 스무 살에 진단을 받고도 16년 동안 주변에 병을 알리지 않았다. 경조증이 에너지를 밀어 올리는 동안 그는 보노보스를 미국 남성복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반대로 우울증이 찾아오면 죽음을 떠올렸고 술로 하루를 지웠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결정적 장면은 회사 매각을 앞둔 2016년에 놓인다. 던은 마침내 정신병동에 입원했고 퇴원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성공 서사의 절정으로 보이는 시점이 개인의 파국과 맞물렸다는 점이 책 전반의 긴장을 만든다.
이 회고는 창업자의 부침을 미화하지 않는다. 극단적 망상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지른 잘못, 그리고 모든 것을 잃기 직전 병을 털어놓기로 한 선택을 함께 기록한다. 성장과 통제 불능의 붕괴가 한 사람 안에서 어떻게 맞물렸는지 좇는 방식이다.
보노보스의 성장 서사도 병과 분리되지 않는다. 던은 100번 넘는 투자 거절을 견디며 회사를 키웠고, 월마트는 2017년 보노보스를 3억1000만 달러,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스타트업 업계가 말하는 '유니콘'의 상징이 개인의 어둠과 어떻게 겹쳐졌는지가 제목의 핵심 축이다.
앤디 던은 병을 숨기는 대신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정신병동에서 나온 뒤 치료를 시작했고 이사회와 인수자, 세상에 자신의 병을 알렸다는 대목이 후반부를 이끈다. 책은 병을 없애는 서사보다 병과 함께 살아가는 회복의 방식을 앞세운다.
그래서 '검은 유니콘'이 남기는 질문은 성공 비결이 아니라 성공의 비용에 가깝다. 결과만 좇는 조직과 개인이 무엇을 놓치는지, 침묵이 어떻게 사람을 더 깊이 몰아넣는지 짚는다. 가장 높이 날아오른 순간 가장 깊이 무너진 창업자의 기록은 성과와 자기 파괴가 맞붙는 지점을 보여준다.
△ '검은 유니콘'/ 앤디 던 지음/ 박영준 옮김/ 4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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