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속은 각자 다른 현실이다…AI 시대의 공론장 위기를 짚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01일, 오전 06:01

'전자동굴'은 AI와 플랫폼이 각자 다르게 설계한 화면이 공통의 사실 기반을 흔드는 과정을 따라가며 공론장 위기를 짚는다.

'전자동굴'은 AI와 플랫폼이 각자 다르게 설계한 화면이 공통의 사실 기반을 흔드는 과정을 따라가며 공론장 위기를 짚는다. 저자 김종명은 33년의 취재·보도 경험을 바탕으로 공영미디어를 공적 정보 인프라로 전환하는 '플랫폼 비컨' 구상을 함께 제시한다.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사건을 마주해도 서로 다른 현실을 믿는 상황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스마트폰 화면과 알고리즘, AI 추천 시스템이 개인별 정보환경을 따로 짜는 구조를 저자는 '전자동굴'이라고 부른다. 연결은 늘었지만 공통의 사실은 약해졌다는 진단이 본문 초반을 이끈다.

이 개념은 플라톤의 동굴 비유와 월터 리프먼의 의사환경 논의를 오늘의 플랫폼 환경으로 옮겨온 것이다. 사람들이 현실 그 자체보다 매개된 이미지에 반응한다는 오래된 문제의식이 AI 플랫폼 시대에 더 촘촘한 형태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책은 이 구조가 시민을 각자의 '취향의 감옥'에 가두고 확증편향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키운다고 본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정보와 해석이 축적되면 의견 차이를 넘어 공통의 사실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공론장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다.

미디어 이용자와 광고가 유튜브·OTT·AI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한 흐름도 함께 짚는다. 전통 언론의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정보 유통의 기준이 공익성보다 클릭 수, 체류 시간, 감정적 반응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통합미디어법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묻는다. 쟁점은 누가 공영방송을 지배하느냐보다 공영미디어가 어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책무를 어떻게 검증받느냐로 옮겨가야 한다고 본다. 방송 조직을 넘어 뉴스·지식·문화·재난·안전 정보를 잇는 공적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 해법으로 내세우는 것이 '플랫폼 비컨'이다. 공영미디어와 전문가, 시민이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상시 검증하는 팩트체크 허브, 공익성과 다양성, 지역성, 신뢰도, 설명 책임을 반영한 공공 알고리즘, 인간의 최종 책임을 전제로 한 AI 뉴스룸이 핵심 축으로 제시된다.

김종명은 KBS 기자와 보도책임자로 33년 일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공영미디어의 신뢰 이탈 과정을 되짚는다. 공영방송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BBC의 디지털 공공서비스 전환, '휴먼 인 더 루프', 항공 안전시스템의 신뢰 설계 비유까지 끌어와 저널리즘의 다음 조건을 정리한다.

책이 겨누는 끝은 가짜뉴스 대응을 넘어 진짜가 더 빠르고 단단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전자동굴'은 공영방송론을 넘어 AI 플랫폼 시대 저널리즘과 시민사회가 함께 떠안아야 할 공론장 재설계, 그리고 민주주의의 지속 조건을 묻는다.

△ 전자동굴/ 김종명 지음/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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