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 무연고 시신이 된 아버지를 스무 해 만에 마주한 아들의 기록을 따라 가족을 잇는 '연고'의 뜻을 파고든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 무연고 시신이 된 아버지를 스무 해 만에 마주한 아들의 기록을 따라 가족을 잇는 '연고'의 뜻을 파고든다.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는 이유진은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에서 끊어진 관계와 가족의 시간을 돌아본다.
아버지의 사망 연락은 아들을 다시 수원으로 데려간다. 오래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떠난 뒤 사라졌던 아버지는 무연고 시신으로 발견됐고, 아들은 시신 인수자가 된다. 냉장고 문에 남겨진 메모의 마지막 문장은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다.
아들은 빈소 없이 하루 만에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함을 들고 제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인수의 범위는 시신에 그치지 않는다. 아버지의 빚을 알리는 우편물이 도착하고, 마지막 얼굴과 메모는 가족 곁에 선 아들의 일상을 흔든다.
책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이 가족에게 어떤 연고인지 되묻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임신한 아내와 아이들, 어머니를 바라보며 아들은 자신이 온전한 연고가 될 수 있는지 자문한다. 아버지가 남긴 단절 앞에서 아들이 택하는 방향은 붙들고 이어가는 일이다.
1부 '닿지 못한 연고'는 시신 인수와 어머니의 삶, 뒤늦게 도착한 우편물, 소방관의 현장을 차례로 놓는다. 영안실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본 뒤 좁은 공간에서 몸의 변화를 겪는 장면도 담겼다. 무연고라는 말은 죽음의 처리를 넘어 가족이 감당해온 빈자리와 맞닿는다.
2부 '놓지 않는 연고'는 아내의 임신과 수유, 아이들과의 생활, 집과 마당의 시간을 따라간다. 네 남매를 돌보는 아내에게 수유는 누군가에게 연고가 되는 장면으로 놓인다. 가족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돌보는 일상 속에서 관계를 다시 세운다.
44.96㎡, 약 15평인 집에 앞으로 태어날 두 아이까지 여섯 식구가 들어가 살게 되는 대목도 있다. 책은 좁은 집을 단순한 결핍으로만 두지 않는다. 아이들이 뛰놀고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마당은 가족이 서로를 길러내는 자리로 이어진다.
이유진은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며 브런치스토리에 '봄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써왔다. 이 에세이로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을 받았다. 소방 현장의 좁은 공간과 가족의 생활 공간은 화자의 내면을 비추는 두 축으로 교차한다.
△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이유진 지음/ 236쪽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