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은 미래로 흐르는 시제"…'유산 2.0'을 정의하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02일, 오전 06:01

'과거의 미래'는 세계유산을 박제된 과거가 아닌 미래 자원으로 보고 '유산 2.0'의 관점을 제안한다.

'과거의 미래'는 세계유산을 박제된 과거가 아닌 미래 자원으로 보고 '유산 2.0'의 관점을 제안한다. 강상규는 광화문, 가야고분군, 반구천 암각화와 AI·디지털 기술의 접점을 따라 문화자본의 전승 경로를 짚는다.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유산의 가치가 정해지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광화문과 천안문, 개선문, 브란덴부르크문을 나란히 놓고 각 장소가 시대마다 다른 기억과 의미를 떠안아 온 과정을 살핀다. 유산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새 세대의 해석 속에서 현재성과 미래성을 얻는다는 관점이다.

'유산 2.0'은 보존 대상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함께 읽고 물려줄 문화자본으로 유산을 바라보는 개념이다.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꾼 흐름도 이 전환 안에 놓는다.

세계유산 등재의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둘러싼 문제도 다룬다. 가야고분군의 '연맹'이라는 개념, 반구천 암각화의 고래 그림,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된 리버풀 사례를 통해 등재가 영구적 지위가 아니며 해석과 관리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짚는다.

유형유산·무형유산·기록유산으로 갈라진 제도적 구분은 하나의 문명 서사를 나누는 칸막이로 본다. 노트르담과 종묘, 해인사 사례를 따라 장소·전승·기록이 함께 이어질 때 유산의 맥락을 온전히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록유산은 변화하는 의례와 공간의 역사를 남기는 기억의 기반으로 다뤄진다.

아우슈비츠, 히로시마 원폭돔, 로벤섬과 르완다 사례는 고통과 갈등을 품은 유산의 문제를 드러낸다. 부산의 피란 도시 연대기도 전쟁과 난민의 시대에 국가 시스템과 인간 존엄을 지키려 한 기록으로 놓는다. 유산의 등재와 명칭, 해석은 외교와 관계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승의 회로는 무속과 K-팝, 요이크와 '겨울왕국', 구전 신화와 영상 산업을 연결한다. 한복·민화·도깨비·호랑이 같은 전통 소재가 현대 문화에서 다시 쓰이는 양상도 문화자본이 축적되고 확장되는 방식으로 살핀다. 보존과 활용 사이에서는 베네치아와 앙코르와트 사례를 통해 공존의 조건을 찾는다.

AI, 기후변화, 토큰화는 유산 2.0의 다음 과제로 제시된다. 디지털 트윈과 데이터 축적은 위협을 예방하고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디지털 재현의 윤리와 유산이 자산화되는 과정도 함께 다룬다. 투발루와 팔미라 개선문 사례는 디지털 기술이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과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세계유산 목록의 지역별 격차와 베냉 청동상, 메이지 산업유산·사도광산을 둘러싼 해석의 갈등도 책의 범위에 담긴다. 세계유산을 공동 자산으로 보는 시선은 유산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 한 국가의 과제가 아니라는 데 닿는다. '과거의 미래'는 유산을 지키는 일과 새롭게 읽는 일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질문을 남긴다.

△ 과거의 미래/ 강상규 지음/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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