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재활용은 실패하는가 (동아시아 제공)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재활용률 통계 뒤에 숨은 실상은 차갑다. 한국인들은 열심히 쓰레기를 나누어 버리지만, 정작 마트 매대에서 100% 재생 페트병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화려한 숫자와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답답한 물음에서 출발해 플라스틱이 다시 플라스틱으로 태어나는 진짜 자원 순환의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끊어진 고리를 잇고 버려진 것의 쓰임을 다시 찾아 순환의 구조를 설계하는 루프빌더인 이은애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87.4%다. 하지만 이 숫자는 착시를 일으킨다. 처리 공장으로 들어간 양을 그대로 집계하는 데다,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방식까지 재활용에 포함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2022년 조사에 의하면 전국 플라스틱 선별업체 341곳 중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류하는 곳은 57곳(16.7%)에 불과하다. 버려진 쓰레기를 제품 원료로 다시 쓰는 실질적 재활용 비율은 턱없이 낮았던 셈이다.
7년 넘게 이 문제와 씨름해 온 저자는 2023년 독일의 공병 자동 회수기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다 쓴 용기가 다시 새 용기의 원료가 되는 완벽한 순환 체계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부 정책과 기업의 기술 혁신, 그리고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세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진짜 순환 고리가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시민이 열심히 쓰레기를 나누어 버려도 제도와 산업 체계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 노력은 허공으로 돌아간다. 눈속임 통계에 안주하지 않고 진짜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이 책은 막연한 환경 구호에서 벗어나 현실적 해법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준다.
△ 왜 재활용은 실패하는가/ 이은애 글/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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