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피아노의 숲'의 한 장면(사진=대구시립극단)
그러나 이 모든 작품 외적 의미는 무대 위 작품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피아노의 숲’에는 고유성이 있다. 공연은 엘리트 음악가 가문의 슈헤이(천관우)와 천재성을 타고난 창녀의 아들 카이(이휘종)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전 세계 누적 판매 700만 부를 기록한 일본의 인기 만화 ‘피아노의 숲’(잇시키 마코토)를 원작으로, 어린 시절의 만남부터 각자의 길을 걷는 성인 시절까지 약 2시간의 런타임에 녹였다. 원작의 후반부 전체를 차지하는 쇼팽 콩쿠르 여정을 흔적으로만 남기고, 학교 음악 선생이 된 슈헤이가 학생들과 함께 미국 작곡가 조셉 이스트번 위너의 ‘나의 작은 갈색 병’을 연주하는 장면을 결말로 완성했다.
공연의 지향점은 원작과 다른 이 결말에 육화되어 있다. 카이의 스승이자 불운한 천재 피아니스트 아지노 소스케(박지훈)가 편곡한 ‘나의 작은 갈색 병’을, 버려진 숲의 피아노로 카이가 연주하고 성인 슈헤이가 학생들과 함께 이어받는 전체 흐름은 단절 대신 ‘연결’을, 경쟁과 음모 대신 ‘인정’을, 개인 대신 ‘공동체’의 힘을 포괄한다. 이 결말에는 아지노와 카이도 공존해 있다.
오케스트라 피트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에서 같은 곡을 환영처럼 연주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공연의 최종 심급을 의미화한다. 숲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의 신’의 현현, 구원이다. 외적인 기술보다 ‘나만의 음악’을 창발할 수 있는 내면의 성숙이 예술의 완성을 이끈다는 테마가 생생한 감각으로 전달된다.
이 전체 흐름을 6대의 업라이트 피아노로 유려하게 이끄는 연출(마이클 펜티먼) 콘셉트는 공연의 핵심이다. 극도로 절제된 영상과 조명은 배우의 얼굴보다 장면의 미장센을 미학적으로 강조하며, 장면을 연결하는 앙상블의 합은 공연의 테마를 감각으로 전이한다.
아이리시 선율에 조각된 라이트 모티프 ‘피아노의 숲’, 클래식으로 편곡된 테마 음악 ‘나의 작은 갈색 병’이 음악적으로 통합되는 방식(작곡 바너비 레이스, 편곡 이진욱), 그리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이 카이의 상상 속에서 키치하게 재현되는 양상도 흥미롭다. 음악과 미장센의 본질로 대극장 뮤지컬의 해법을 보여준 ‘피아노의 숲’은 본공연으로 보완되며 또 하나의 글로벌 창작 프로젝트로 발전될 것이다.
‘피아노의 숲’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초청작으로, 7월 대구문화예술회관(5~12일)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25~26일)에서 공연됐다.
최승연 공연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