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비평은 문학사적 범주, 문예사조, 주제와 내용, 기법과 형식 가운데 하나를 중심으로 분류해 왔다.
'징후와 형식'은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시인 24명의 작품을 여섯 계열로 나누며 한국 현대시의 유형과 계보를 다시 짚는다. 오형엽은 징후·미학·표현 매개·기법의 네 범주를 엮어 개별 텍스트 분석과 거시적 분류를 함께 시도했다.
한국 현대시 비평은 문학사적 범주, 문예사조, 주제와 내용, 기법과 형식 가운데 하나를 중심으로 분류해 왔다. 비평집은 이 단일한 방법론에서 벗어나 네 범주가 서로 맞물리는 지점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가 택한 '전작주의'는 시인 한 명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다. 선행 비평도 함께 검토해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시인 24명의 텍스트를 귀납적으로 읽고, 개별 작품의 특징을 유형화와 계보 탐색으로 연결한다.
1부는 비평의 지향성과 문제 설정, 융합적 방법론을 다룬다. 내적·무의식적·외적 실재를 함께 살피고 공시적 유형학과 통시적 계보학을 접목하는 과정도 이 부에 담았다.
2부와 3부는 심연적 실재와 몽유적 숭고를 각각 몽타주, 감응·아우라의 축으로 나눠 살핀다. 정재학·김중일·신동옥·양안다의 시에서는 시선과 응시, 1인칭 고백, 복수적 은유, 시적 인터페이스를 짚고, 신해욱·임승유·안희연·임솔아의 작품에서는 평면성, 식물의 풍크툼, 고양과 추락, 도시와 파국의 이미지를 분석한다.
4부와 5부는 근원적 실재와 묵시적 숭고를 다룬다. 김경후·이재훈·신영배·육호수의 작품에서 예언과 반추, 종교적 신성, 신성과 세속의 길항을 살피고, 진은영·강성은·송승언·안미옥의 시에서는 신화와 역사, 환상 구조, 빛과 물, 내면의 다층적 형상화를 짚는다.
6부와 7부는 일상적 실재와 배후적 숭고의 계열을 각각 몽타주와 감응·아우라로 나눠 다룬다. 서영처·기혁·유계영·안태운의 작품에서는 변형된 알레고리와 미분적 시선, 시차적 공백을, 이기성·유희경·황인찬·황유원의 시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봉인, 창문 스크린, 멜랑콜리와 아이러니를 분석한다.
비평집은 순수 서정시, 리얼리즘 시, 모더니즘 시라는 세 갈래의 분류 관행을 재검토한다. 여섯 계열은 융합적 방법론과 개별 시인론의 분석 결과를 오가며 도출한 틀로, 미시적 독해와 한국 현대시의 거시적 조망을 한 분석 체계 안에 둔다.
오형엽은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과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징후와 형식/ 오형엽 지음/ 6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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