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은 왜 신체 통증처럼 남나…36년 함께한 남편과 사별 뒤의 깨달음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05일, 오전 09:01

'슬픔의 발견'은 36년 함께한 남편을 잃은 신경과학자 바버라 블래츨리가 사별 뒤의 감정과 신체 변화를 과학의 언어로 살핀 기록이다.

'슬픔의 발견'은 36년 함께한 남편을 잃은 신경과학자 바버라 블래츨리가 사별 뒤의 감정과 신체 변화를 과학의 언어로 살핀 기록이다.

사별 뒤에도 뇌는 떠난 이를 찾는다. 재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기억과 주의, 감각은 이전의 관계를 향한다. 저자는 이 반응을 개인의 감정에만 머물지 않고 애착과 분리 반응, 스트레스 연구의 틀 안에서 따라간다.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다 잠시 웃거나 다시 침울해지는 경험, 병치레가 잦아지는 변화도 이 질문 안에 놓는다.

슬픔을 빨리 끝내야 할 문제로 규정하지 않는다. 상실은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부재를 안고 달라진 삶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을 내세운다.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다는 문장은 애착과 상실을 분리하지 않는 이 책의 결론을 압축한다.

2018년 1월 11일 36년 함께한 남편을 잃다…상실을 이해하려는 개인의 기록
블래츨리는 2018년 1월 11일 36년 함께한 남편을 잃은 뒤 일기 속 고통과 혼란을 다시 읽고, 다른 이들이 겪은 사별·고통·상실을 탐구했다. 첫 개인적 글을 쓴 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지만, 죽음에 관한 글쓰기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록을 이어갔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이토록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경험이 인간의 진화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다. 고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다시 미래를 바라보는 날이 오는지도 함께 묻는다. 신경학자 리사 슐먼의 말처럼 슬픔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삶의 통제력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살핀다.

책은 1장 '슬픔의 시작'에서 출발해 사랑과 애착, 사별, 상실의 궤적, 고통, 삶을 살아내는 방식, 의미를 차례로 다룬다. 부록에는 인터뷰 전문을 실었다.

저자는 존 아처, 존 볼비, 랜돌프 네스 등의 논의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 유대 관계를 맺은 사람과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분리 반응을 짚는다. 울고, 대상을 찾아다니며, 불안과 긴장을 느끼는 반응이 재회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성인이 된 뒤에도 소중한 이를 잃으면 재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비슷한 반응이 남는다. 사별을 분리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슬픔을 겪는다는 것이다. 볼비는 애착 대상이 사라질 위험을 느끼면 불안해지고, 실제로 사라지면 슬픔과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았다.

'슬픔의 발견'은 36년 함께한 남편을 잃은 신경과학자 바버라 블래츨리가 사별 뒤의 감정과 신체 변화를 과학의 언어로 살핀 기록이다.

회복까지 18일부터 254일까지 걸린다…사별이 남기는 몸과 기억의 변화
심리학자 필리파 랠리 연구진은 습관 형성에 18일부터 254일까지 걸린다고 제시한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안도하던 습관이 사라진 뒤에도 새 상황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사별은 해결할 수 없는 비상 상황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다뤄진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으로 유지되는 항상성이 흔들리고, 수면과 식욕, 집중력, 주의력, 일상에 쓸 에너지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정리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전측 대상회피질, 기대를 조정하고 함께하려는 의지와 관련한 섬엽, 보상감과 기쁨에 관여하는 피질 하부 영역은 애도 때도 활성화된다. 사랑하는 이를 중심으로 세운 예측이 상실 뒤에도 작동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뇌가 삶의 기둥과 같던 존재를 계속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이어진다.

책은 신체 통증과 심리적 고통의 차이도 구분한다. 조직 손상으로 통각수용기에서 뇌로 신호가 전달되는 신체 통증과 달리, 심리적 고통은 당시의 감각을 기억 속에서 현재 일처럼 되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실의 기억이 남기는 지속성을 해명하는 대목이다.

배우자의 죽음은 홈스-라헤 스트레스 척도에서 100점 만점의 최대치
슬픔은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되고, 내면에 집중해 삶을 다시 정리하도록 돕는 기능도 한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조지 보나노 교수의 견해를 빌려, 애도는 이후의 삶을 다시 조직하는 일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 까닭과 감정 반응이 집단 안에서 맡는 역할도 함께 다룬다.

저자는 사별이 정체성과 자신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고 쓴다. 뇌와 중추신경계가 새로운 경험에 따라 기능을 조정하는 신경가소성을 언급하며, 이전과 같은 사람으로 남기는 어렵다고 본다.

인디애나대학교 심리학부를 졸업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 및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블래츨리는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아그네스스콧칼리지 심리학·신경과학 교수로 2024년까지 재직하며 감각과 지각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맥락별 통계'(2018), '기회의 심리학'(2023)도 썼다.

배우자의 죽음은 홈스-라헤 스트레스 척도에서 100점, 최댓값으로 제시된다. 책은 이 수치를 출발점 삼아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이의 죽음이 남기는 고통을 애도의 경험과 신경과학 연구 양쪽에서 살핀다.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상실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다. '슬픔의 발견'은 사랑과 애착이 남긴 뇌의 흔적을 따라가며, 사별 뒤의 삶을 지우거나 서두르기보다 달라진 조건 속에서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묻는다.

△ '슬픔의 발견'/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제효영 옮김

'슬픔의 발견'은 36년 함께한 남편을 잃은 신경과학자 바버라 블래츨리가 사별 뒤의 감정과 신체 변화를 과학의 언어로 살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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