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시집 '달의 체위'는 상처 입은 존재들이 어떻게 어둠을 건너 다시 삶의 둥근 빛을 얻는지를 섬세하고도 낯선 이미지로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인은 달, 구름, 강물, 나무, 껍질, 발자국 같은 자연의 사물에 인간의 감정과 생의 이력을 불어넣는다. 그을음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흉터가 되고, 굽은 나무는 낮아짐과 용서의 자세를 가르치며, 강물은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그리움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
달은 단순한 천체가 아니라 고단한 행려의 길을 걷는 여성적 존재로 형상화된다. 기울고 이지러지고 다시 차오르는 달의 몸은 상처받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생의 내재율을 품는다. 이처럼 시집 곳곳의 존재들은 꺾이고, 녹슬고, 버려지고, 병들어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고 일어선다. 해고 노동자, 지하도의 노숙인, 고된 노동을 감당하는 사내, 수산시장의 사람들, 늙은 여인과 병상의 어머니까지, 시인의 시선은 삶의 변두리에서 묵묵히 버티는 사람들에게 오래 머문다.
이 시집의 중요한 힘은 고통을 추상적인 관념으로 말하지 않고 몸의 감각으로 번역한다는 데 있다. 흉터는 잠긴 지퍼가 되고, 노동은 대나무가 층층이 집을 세우는 건축법이 되며('대나무 건축법'), 익숙한 사물과 낯선 감각을 결합하는 문장들은 사물의 표면을 열어 그 안에 숨어 있던 생의 비밀을 드러낸다. 차갑고 쓸쓸한 풍경 속에서도 햇살, 봄볕, 꽃, 새와 같은 이미지가 끊임없이 스며들어 시집 전체에 미세한 회복의 기운을 더한다.
김영탁 시인(문학청춘 주필)은 "이 시집은어둠을 지우기보다 그 안에서 빛이 태어나는 순간을 바라보는 시집이다. 상처와 결핍, 노동과 죽음의 풍경을 지나면서도 끝내 생의 온기를 놓지 않는 이 시편들은, 굽고 기울어진 모든 존재에게도 저마다의 둥근 중심이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고 평한다.
김도영 시인은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2025년 '시인시대'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자작시 대회 대상을 받았고, 전국 헌시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동인지 '꽃살문 사이로' 시집 '달의 체위'가 있다. 전북매일신문 시 연재를 진행했고, 현재 충남시인협회 회원, 서해신문 칼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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