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전시 전경. 2026.08.04 © 뉴스1 김정한 기자.
'행복한 화가', '색채의 마법사', '화단의 신사' 등으로 로 불리며 한국 회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대원 화가의 거대한 예술 세계가 한자리에 펼쳐진다. 단지 눈에 보이는 자연 풍경을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동양의 전통 조형 원리와 우리 공예의 색채를 현대 유화 언어로 재해석해 낸 거장의 독창적 회화 성취가 관람객을 찾아간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6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연다. 이번 기획전은 70여 년에 달하는 작가의 예술 여정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로, 유화 120여 점과 관련 아카이브 100여 점, 수집 고미술품 등 다채로운 유산들이 함께 공개된다.
5일 덕수궁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원정 학예사는 지금 이대원을 다시 조명하는 이유에 대해 "행복한 화가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치밀한 조형적 실험과 전통 공예(자수, 나전)의 현대적 수용을 재조명하기 위함이다"며 "특히 그의 말년의 대형 농원 작품들을 통해 단순한 풍경을 넘어 동아시아적 회화 공간이라는 독창적 예술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 대해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4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경성제2고보(현 경복고) 시절 스승 사토 구니오와의 인연 및 초기작을 살펴보는 1부, 앵포르멜 유행 속에서도 고유한 기법을 고수하며 반도화랑을 운영했던 흔적을 조명하는 2부가 이어진다.
3부와 4부에서는 색점과 색선을 켜켜이 쌓아 완성한 대형 연작들과 5m가 넘는 말년의 대작들을 배치해 화려한 빛과 색의 잔치를 연출한다. 스승 사토 구니오의 희귀작 '설정'의 국내 최초 공개와 초기작 '가을 산'의 원제 규명 등 학술적 성과도 눈길을 모은다. 작품들을 감상하면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파주의 과수원 속을 거니는 듯하다.
이대원은 단순한 화가를 넘어 국내 미술계의 기틀을 다진 문화적 지식인이다. 5개 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유영국 등의 작품을 해외에 널리 소개했고, 홍익대 총장과 외교통상부 문화홍보대사를 맡아 미술 교육과 문화 외교에 앞장섰다. 창작 활동과 함께 공공의 가치를 중시했던 그의 삶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전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 기간 중인 9월 10일에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참여해 작가의 미술사적 위상을 깊이 파헤치는 전시 연계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거장의 미술가적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한국 현대 회화의 중요한 성취를 다각도로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구 유행을 무작정 따르지 않고 전통 자수와 나전, 동양화의 운필을 서양화 기법으로 멋지게 융합해 낸 이대원의 작업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공공의 책무를 다하며 한평생 밝은 빛을 그린 화가의 열정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쁨을 안겨주는 뜻깊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