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투명한 나선'
'투명한 나선'은 지바현 바다에서 떠오른 총상 시신과 실종된 동거 여성의 행방을 따라가며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 유카와 마나부가 숨겨온 시간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시리즈 30주년을 맞은 열 번째 작품에서 익숙한 수사 구조 위에 유카와의 과거와 비밀을 겹쳐 놓는다.
남성 시신, 실종된 동거 여성, 유카와의 이름이 한 사건 안에 모이면서 이번 작품의 질문은 누가 범인인가보다 왜 유카와가 개입하는가에 가까워진다. 대학 동창인 형사 구사나기의 요청을 물리치던 유카와가 뒤늦게 다른 방식의 협조를 약속하는 장면도 이 물음을 밀어 올린다.
시리즈가 주로 난제를 푸는 과정에 힘을 실었다면 이번 책은 물리학자의 사적인 층위를 더 깊게 파고든다. 사건을 좇는 형사들의 시선과 유카와가 숨기는 정보가 교차하면서 수사는 비밀을 푸는 절차이자 한 인물을 다시 읽는 과정으로 바뀐다.
1996년 일본에서 연재를 시작한 '갈릴레오'는 2026년 30주년을 맞았다. '투명한 나선'은 그 흐름을 잇는 열 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익숙한 추리 구조를 이어가면서도 독자들이 오래 알고 있다고 여겨온 유카와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세운다. 장편 뒤에 특별기획 단편 '겹치다'를 함께 묶은 점도 장편과 단편을 한 권에 담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변화를 강조한다.
총상 시신에서 시작된 비밀 추적
줄거리는 도쿄 인근 지바현 바다에서 등에 총상을 입은 남성 시신이 발견되면서 출발한다. 신원이 드러나자 그를 실종 신고한 동거 여성도 자취를 감추고 사건은 살인과 실종이 한꺼번에 얽힌 형태를 띤다.
구사나기와 우쓰미가 좇는 단서는 단순하지 않다. 동거 여성이 교제 폭력에서 벗어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실종 이전의 관계를 둘러싼 정황도 수사를 흔든다.
참고 문헌이 실린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 시선이 꽂히는 장면이나 사진 한 장을 본 점장이 인물을 곧바로 알아보는 대목은 작은 단서가 서사를 밀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사건의 핵심은 거대한 설명보다 흩어진 정보의 연결에서 드러난다.
현장을 비추는 화면 속 빈 응접 공간, 사람 흔적이 보이지 않는 실내 같은 장면은 수사의 공백을 시각화한다. 그 사이 유카와는 수사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약속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알고 있는지는 끝내 감춘다.
[신간] '투명한 나선'
과학자 유카와의 사적인 층위
유카와는 경찰도 탐정도 아닌 대학교수 겸 물리학자다. 그는 늘 보고와 정황만으로 난제를 풀어내는 인물로 그려졌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냉정한 사고의 바깥에 놓인 개인사가 전면으로 밀려 나온다.
"자네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라는 말은 이번 책의 축을 압축한다. 오래된 친구 구사나기조차 닿지 못한 영역이 있었고 그 빈틈이 사건의 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소설의 긴장을 키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고 오래 간직한 이야기를 꺼낸 소설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두 사건이 우연히 겹치며 진실을 드러내는 구조는 이번 책이 과학적 추리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질문을 품고 있음을 예고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한국 독자 접점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뒤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녹나무의 파수꾼' '가공범'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본격 미스터리에서 휴먼, SF, 스릴러, 사회파 미스터리까지 장르를 오가며 40여 년 동안 100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의 소설은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도 옮겨졌고 한국에서는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이 영화화됐다. 이 가운데 '갈릴레오'는 화제성과 완성도, 판매량을 함께 확보한 대표 시리즈로 언급된다.
이번 작품이 남기는 인상은 새 사건 하나의 해결보다 독자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믿어온 인물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투명한 나선'은 갈릴레오 시리즈 30주년의 좌표를 과학적 수수께끼에서 유카와 마나부라는 인물의 시간으로 옮긴다.
△ '투명한 나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투명한 나선'은 지바현 바다에서 떠오른 총상 시신과 실종된 동거 여성의 행방을 따라가며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 유카와 마나부가 숨겨온 시간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