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음대 첫 亞 여성 교수' 이소연 "좌절 극복 힘? 父 마법 같은 한마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06일, 오후 05:00

피아니스트 이소연ⓒLisa Marie Mazzucco
"'포겟 어바웃 잇'(Forget about it). 저희 아버지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에요. 마법 같은 효험이 있죠. 저는 이 말씀을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요." 2022년 미국 명문 줄리아드 음대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피아노 교수로 임용된 피아니스트 이소연(47)은 20대 시절 오디션과 매니지먼트의 잇따른 거절에 좌절할 때마다 아버지의 이 한마디를 되새기며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이소연은 9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 기업은행챔버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20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다음 날인 3일에는 젊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공개 레슨 형식의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한다.

이번 공연은 세종솔로이스츠가 주관하는 '제9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25일~9월 3일)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그는 드뷔시 '비노의 문'을 시작으로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작품번호 16번', 라벨의 '라 발스' 등을 연주한다. 특히 파올라 프레스티니의 '어머니 달의 노래'는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소연은 오랜만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뉴스1과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이소연은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스타일뿐 아니라 음악의 색채와 음률, 정서적 범주까지 풍성한 작품들을 담고 싶었다"며 "특히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처럼 음악으로 쓰인 단편소설 같은 작품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이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이소연ⓒLisa Marie Mazzucco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내가 만들자"
이소연이 피아노를 처음 만난 것은 여섯 살 때였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피아노 교사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9세 때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로 이민을 한 뒤 중학교 마지막 학기에 미 동부 지역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됐다.

학교에서는 늘 자신감이 넘쳤다. "대학, 대학원,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 등 학교에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뒀어요." 하지만 학교 밖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회 오디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매니지먼트에서 거절 통보를 받았을 때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 번도 피아노를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사나 비평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기회를 만들자'는 마음을 가졌어요"라고 덧붙였다.

이 심지 굳은 피아니스트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나움버그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국제 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놀라운 건반 장악력을 지닌 연주자",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위대한 거장"이라고 평했다. 신시내티 음대 피아노 부교수로 재직하던 2021년엔 우수한 교수에게 수여하는 '돌리 코헨 교육 우수상'도 받았다.

학생 지도하는 이소연 교수(본인 제공)

"韓 연주자들 재능과 예술성, 놀랍고 자랑스러워"
줄리아드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피아노 교수가 된 지 4년. 그는 자신의 교육 철학에 대해 "학생들이 음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좋은 연주자는 자신만의 상상력과 예술성, 확고한 신념으로 음악을 해석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에게도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모든 악기와 성악까지, 한국 아티스트의 재능과 예술성은 정말 놀랍고 자랑스럽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켄 번스(Ken Burns)의 연설문을 인용했다.

"'지나친 전문주의에 빠지지 말고 여러분의 모든 역량을 두루 다듬으세요, 성공이 곧 탁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기억하세요.' 저는 후배들이 정형화된 기계적인 메커니즘보다 자신만의 음악성을 최대한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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