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 [김정한의 역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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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8월 09일, 오전 06:00

제25회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1위로 결승선 도착을 앞두고 질주하는 황영조 선수. (국가기록원 제공) 2012.7.23/뉴스1

1992년 8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국 체육사에 영원히 기록될 기적이 일어났다. 황영조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금메달이 선사한 감동의 깊이는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이 마라톤을 제패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당시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 시대상 속에서 손기정은 가슴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달고 달려야 했다. 시상대 정상에 서서도 국가가 아닌 기미가요를 들어야 했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꽃다발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다. 그 모습은 승리의 환희가 아닌 나라 잃은 민족의 서러움과 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황영조의 바르셀로나 승리는 바로 그 오랜 세월 묵어 있던 서러움을 단번에 씻어낸 감격의 순간이었다. 죽음의 코스로 불리던 몬주익 언덕에서 황영조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낸 황영조는 마침내 모리시타를 따돌리고 독주를 시작했다. 몬주익 언덕을 넘어 주경기장으로 들어서는 그의 가슴에는 선명한 태극기가 빛나고 있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황영조는 그 자리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56년 전 가슴의 일장기를 가려야 했던 선배 손기정의 한을 풀어낸 승리의 환희였다. 당시 경기장에서 이 광경을 직접 지켜보던 노장의 손기정은 벅찬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채 달려야 했던 비운의 영웅과 온전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정상에 선 후배의 모습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에서 거둔 이 값진 승리는 단순한 운동선수의 우승을 넘어 한국인들의 가슴속 깊은 한을 풀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황영조의 바르셀로나 우승은 56년을 뛰어넘어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아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오늘날까지도 한국 스포츠사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감동의 장으로 남아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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