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개관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10일, 오전 06:00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출처: 미국 의회도서관, 1890,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793년 8월 10일,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옛 왕궁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이날 프랑스 공화국 정부는 루브르 궁전을 중앙 예술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공식 개방했다. 왕족과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비로소 모든 시민을 위한 예술의 전당으로 다시 태어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절대왕정 시기 루브르는 국왕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화려한 궁전이었으며, 그 안에 수집된 수많은 미술품과 보물은 오직 권력자들의 눈만을 즐겁게 하던 단절된 상아탑이었다. 그러나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선포되면서, 국가의 소유가 된 왕실 수집품은 더 이상 특권층의 전유물로 남을 수 없었다.

개관 당일, 박물관 내부에는 국유화된 왕실 소유의 회화와 조각을 비롯해 망명한 귀족들에게서 몰수한 예술품 등 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루브르의 긴 회랑을 메운 것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귀족이 아닌,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파리 시민들이었다.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로서는 극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변화였다.

루브르의 개관은 예술 작품이 지닌 가치가 개인의 사적 소유물에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것이었다.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은 루브르의 선례는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며 대중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 설립 열풍을 이끌어냈다.

초기 루브르 박물관의 운영이 완전히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재정적 어려움과 관리 부실로 인해 개관 이후 한동안 문을 닫고 정비 기간을 거쳐야 했을 만큼 착오도 겪었다. 그럼에도 문화와 예술은 특권층의 배타적인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는 명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예술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문화적 평등을 향한 인류의 담대한 발걸음이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보편적 문화 향유권의 출발점이었다.

acenes@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