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불법복제에 학술 출판계 골머리…“학술서 지원방안 필요”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10일, 오후 05:17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대학 교재와 학술서의 불법복제가 확산하면서 학술출판 생태계가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판업계는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생들의 교재 구매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연구자와 출판사에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고등교육 활성화를 위한 학술서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대학 교육환경 변화와 함께 학술서·전공교재 시장의 위기, 불법복제 문제, 학술출판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정책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술 출판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인공지능이란 격변의 시대의 대학가에서 시장 논리와 비용문제로 양질의 학술서를 출판하지 못하는 현실은 고등교육의 위기”라면서 “학술서 불법복제로 파괴된 지식 생태계 구조 회복을 위해 이날 토론회가 고등교육 이정표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강 의원은 참석하지 못해 사회자가 대독했다.

간담회에선 대학가의 교재 불법복제 방식이 과거 복사실을 통한 복사·제본에서 PDF 스캔본을 대학 커뮤니티와 SNS, 오픈채팅방 등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소장은 “대학생의 83.3%가 전공교재 전자 스캔본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면서 “직접 스캔한 비율은 30.1%인 반면 타인이 만든 스캔본을 입수한 경우가 69.9%로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지인 간 공유나 대학 커뮤니티 등을 통한 유통이 주요 경로로 지목된 가운데 학술출판업계는 불법복제가 단순히 학생들의 저작권 의식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전공교재를 여러 권 구입해야 하는 비용 부담과 함께 태블릿·노트북 중심으로 바뀐 학습환경, 정식 전자책과 대학도서관 교재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학술서 시장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박찬수 협성대 초빙교수는 “학술·전문 출판사 42곳의 2023년 평균 총매출액이 전년보다 10% 감소했다”면서 “학술서의 경우 독자가 연구자와 교수, 대학원생 등으로 제한돼 판매량이 많지 않은 데다 전문적인 편집·교정과 참고문헌·도표·수식 처리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홍정표 글로벌콘텐츠그룹 대표는 학술출판사들이 불법 스캔 확산에 더해 AI의 무분별한 활용까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술출판협회의 불법복제 모니터링 사업에서 일부 과목과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했음에도 대학 커뮤니티 모 플랫폼 한 곳에서만 818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학술서 가격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도 불법복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출판업계는 학생에 대한 지원과 학술출판 지원을 별개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학생 학술서 구매지원 제도(Campus Book Voucher)’ 도입을 제안했다. 학생들의 학술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불법복제를 줄이고 학술출판시장에 안정적인 구매 수요를 만들어 연구자와 출판사가 다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강 소장 역시 대학도서관과 연계한 구독형 전자교재 지원사업 확대와 저소득층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학술서·전공교재 바우처 도입을 제안했다.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 구독료와 대학도서관 이용 지원까지 범위를 넓혀 변화한 학습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