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묾과 떠남의 경계 탐구"…김해미 '검은 거미'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11일, 오전 07:15

김해미_두번 닫은 문_2026 (상히읗 제공)

미완성으로 남겨진 옛 기억의 파편이 공간과 사물의 언어로 재해석되어 관람객을 찾아간다.

조각가 김해미의 개인전 '검은 거미'가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신흥로에 위치한 전시 공간 '상히읗'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작가가 2017년 그리다 멈춘 고향 골목길 드로잉을 시작점으로 삼아, 머묾과 떠남이 반복되는 집의 의미를 조각과 설치 작품으로 다룬다.

전시장에는 이삿짐 상자와 작은 가구가 어우러진 집 모양의 구조물이 들어선다. 여기에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수집한 문장을 새긴 도자 작품과 무릎을 감싸 쥔 인물 조각이 더해진다. 사물을 통해 사람을 은유해 온 작가가 직접 인체 형상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역시 특정 인물이 아닌 변해가는 상태 자체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

김해미_쪽지-8_2026 (상히읗 제공)

구석에 거미줄을 치고 환경이 변하면 미련 없이 자리를 옮기는 집거미처럼, 이번 전시는 집을 고정된 장소가 아닌 흘러가는 상태로 바라보게 만든다. 잃어버린 기억을 단순히 되살리기보다 사물에 남겨진 시간의 자국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멈춰 있던 과거의 드로잉에서 시작해 삶의 이주와 정착을 시각화한 이번 시도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불안감이 교차하는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은 각자가 품은 집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다양한 재료로 존재의 긴장감을 탐구해 온 작가의 깊어진 세계관을 만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월요일 휴관 없이 한 달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acenes@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