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심훈'…광복절 앞두고 친필원고 공개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후 01:10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국립한국문학관(이하 문학관)은 오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시인이자 소설가, 독립운동가인 심훈 선생의 친필원고 등 문학자료를 11일 공개했다.

심훈 선생의 '상록수' 친필 원고(사진=국립한국문학관)
심훈 선생의 '상록수' 친필 원고(사진=국립한국문학관)
◇소설 ‘상록수’ 친필 원고 등 광복절 앞두고 공개

이날 문학관은 지난 6월 말 작가 심훈의 유가족이 심훈의 친필원고 등 문학자료 46건 59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은 “심훈 선생은 가장 많은 장르를 구축한 인물”이라면서 “광복절을 앞두고 공개하게 되어 뜻깊다”고 했다.

이어 “심훈의 ‘그날이 오면’은 구한말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쌍벽을 이루는 일제 치하 ‘제2의 절명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면서 “이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이라며 광복절을 앞두고 귀환한 자료의 의미를 강조했다.

기탁 자료에는 심훈의 대표적 장편 소설 ‘상록수’, ‘직녀성’, ‘영원의 미소’ 친필원고와 영화 각본 등 심훈의 주요 문학 자료는 물론 사진, 심훈 부고 전보 등 개인사적 자료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미국에 살고 있는 심훈의 유가족이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기탁 자료 곳곳에는 심훈 작가의 셋째 아들인 심재호(1936~2021년) 선생의 메모가 붙어 있다. 심재호 선생은 심훈이 세상을 뜬 해에 태어나, 아버지 심훈의 얼굴도 모른 채 아버지의 문학자료를 정리하고 평생 지켜왔다.

특히 자료 중에는 일제 치하 검열로 인해 책으로 간행되지 못한 시 ‘그날이 오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듣고 썼다고 알려진 ‘오오, 조선의 남아여!’ 등을 포함돼 있다. 문학사적 가치는 물론 항일독립운동사적, 일제하 필화 검열 자료로서도 매우 가치가 높다.

문학관은 법인 설립 직후인 2019년부터 미국 심재호 선생 자택을 방문하며 심훈 문학자료 수집을 협의해오다 마침내 올해 6월 초 기탁약정서를 체결하며 결실을 맺은 것이다.

문학관 관계자는 “긴 협의 기간 동안 양측 모두에게 변치 않는 하나의 원칙은 심훈 문학자료가 한국에서 보전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면서 “심훈 유족들은 한국으로 자료를 운송하고자 방문한 문학관 담당자에게 자료를 인계하며 연신 ‘가야할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이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이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항일민족정신 반영된 작품 세계관

심훈의 문학 작품에는 항일민족정신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심훈(본명 심대섭, 1901~1936)은 1919년 경성 제일고등보통학교 4학년 때에 3·1만세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옥고를 치렀고, 이후 중국 상해로 건너가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사상가들과 교류했다.

문학관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 ‘심훈시가집’은 1932년 심훈이 단행본 출판을 위해 직접 묶은 자료다.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 중일 때 쓴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이라는 편지글이 작가의 친필로 남아 있다. 또 조국이 독립되는 날, 종로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두개골이 깨어져도 기뻐 죽을 것이라는 극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그날이 오면’도 수록돼 있다.

‘심훈시가집’의 표지와 내지에는 붉은 선과 붉은 도장이 가득하다. 일제의 검열 흔적이다. 일제는 독립을 향한 작가의 뜨겁고 처절한 외침이 세상에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검열이라는 제도를 통해 출간을 막았다.

문학관 관계자는 “그동안 문학관은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을 겪으며 유실된 많은 한국 문학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데에 집중해 왔다”면서 “문학관의 수집에는 사상적 구분도, 물리적 한계도 없었다. 문학관이 해외에 있는 한국 문학 자료를 수집한 것은 2023년 일본의 고(故)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연구자료를 기증받은 후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다.

한편 문학관은 내년 4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한국 문학을 총 망라하는 수집품을 전국의 문학관은 물론 대중에게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기탁 받은 심훈 문학자료도 공개해 이 안에 담긴 문학사적 가치와 시대정신을 함께 밝혀나가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열린 2026년 광복절 기념 국립한국문학관 국외 입수자료 언론 공개회에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열린 2026년 광복절 기념 국립한국문학관 국외 입수자료 언론 공개회에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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