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이 바뀌었다"…배우 차인표, 첫 연극 도전 소감은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후 05:59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84세이신 어머니가 생애 처음으로 연극을 보시고 ‘네 대표작이 죽은 시인의 사회로 바뀌게 된 걸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그거면 된 것 같아요. 어머니의 그 평가로 제가 꿈꿨던 걸 이뤘습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주연 배우 차인표(존 찰스 키팅 역)가 11일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주연 배우 차인표(존 찰스 키팅 역)가 11일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우 차인표(58)가 11일 서울 종로구 놀(NOL)씨어터 대학로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로 34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명문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권위적인 교육 아래 놓인 학생들이 영어 교사 존 키팅을 만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저마다의 꿈과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동명 영화를 국내에서 처음 정식 라이선스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차인표는 이번 작품을 연극 도전의 계기로 삼은 이유에 대해 “예전에 활동할 땐 연극 대본을 많이 받았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연습 기간은 길고 그에 비해 대우는 적었기 때문”이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제가 21살 때 봤던 영화였고 삶에 대한 자극과 질문을 던져준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가 들었다고 새로운 도전이 덜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고 더 불안하고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도전했을 때 얻는 기쁨이 크다는 걸 소설가로서 활동하며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차인표가 맡은 ‘키팅’ 선생님 역에 대해서는 원작 영화와의 차이를 짚었다. 그는 “영화 속 키팅은 30대 초반으로, 자신이 믿는 삶을 아직 끝까지 살아보지 못한 상태라 조심스러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저는 그가 살지 않은 30년을 더 살아본 ‘늙은 키팅’이다. 현재의 틀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다른 선택지도 있으니 눈을 떠서 바라보길 바란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담은 메시지가 현재의 청소년들에게도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에 차인표는 “이 연극이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이야기를 감성팔이하듯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해봤다”면서도 “인간은 모두 태어난 틀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에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고 살아가길 바란다는 좀 더 기본적인 얘기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육원에서 자라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 200여명을 초청한 적이 있는데, 그중 눈이 촉촉해져 돌아가거나 태어나서 처음 연극을 봤다며 재밌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며 “연극 안의 무언가가 이들의 마음과 아픔을 어렴풋이 만져줬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 장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_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 장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_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살라)이다. 차인표는 요즘 청년 층에게 ‘카르페 디엠’이라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엔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했다. 그는 “저희 세대의 20대는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 20대는 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왜 이런 환경을 만들었을까 하는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긴 연기 인생을 달려온 차인표는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에서 얻은 깨달음도 전했다. 주 6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연습에 매진하며 얻은 결과다. 그는 “연극은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더라. 축구팀처럼 모두가 합을 맞춰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실제로 제가 대사를 순간 잊어 1~2초 정지가 생겼을 때,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애드리브로 자연스럽게 도와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번, 수천번 연습을 하면 새로운 걸 해도 덜 떨리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걸 경험하며 연습의 중요성도 다시 깨달았다”며 “연극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연극은 흥행이 잘 안 되면 결과가 눈 앞에서 보이는 장르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았고 홍보를 더 열심히 해야 하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차인표는 아내인 배우 신애라의 응원에서 힘을 얻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처음엔 오히려 아내가 내 실수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거봐, 하길 잘했지’라고 말한다”며 “공연을 세 번이나 보러 왔고, 올 때마다 지인들을 데려와 공연장에 앉혀놓고 가기도 한다”며 애정을 표했다.

한편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9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놀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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