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관광공사 해외지사, 왜 도마에 올랐나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전 06:01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30곳의 성과를 점검하라.”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대통령의 지시다. 이후 관심은 해외지사 30곳이 적정한지를 따지는 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우선 점검할 것은 지사의 숫자보다 달라진 여행시장에서 해외지사가 맡아야 할 역할과 성과다.
[전문기자칼럼]  관광공사 해외지사, 왜 도마에 올랐나
◇지사 숫자보다 달라진 역할 점검 시급

수출 계약 성과가 명확한 코트라(KOTRA)와 달리 관광공사 해외지사는 국가 관광 브랜드 홍보와 관광상품 판촉이 뒤섞여 사업별 기여도를 가려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행사 대행에 머문다”거나 “민간 여행사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모객’의 범위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소비자를 직접 모집하는 일과 현지 여행사·항공사·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 방한 수요를 만드는 B2B 지원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민간의 영역이다. 해외지사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고, 형성된 수요가 국내 관광기업의 상품 예약과 판매로 이어지도록 유통망을 연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재 해외지사 체계는 단체여행이 주류였던 시기에 구축됐다. 지금은 방한 외래객의 84%가 개별여행객(FIT)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여행지를 찾고 글로벌 OTA에서 직접 예약한다. 경주의 한옥 숙소나 양양의 서핑 강습이 해외 플랫폼에서 검색되고 결제되지 않으면 홍보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해외지사의 역할도 이 변화에 맞춰야 한다. 지자체와 관광기업이 단독으로 뚫기 어려운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고, 지역 숙박·체험 상품이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지 유통채널과 국내 관광기업을 연결하고 시장 정보와 소비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평가 방식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문체부가 공개한 멕시코 홍보관 성과에는 ‘방한상품 1480건 판매, 예상 매출 1613만달러’가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결제 금액인지 상담 추정치인지, 국내 관광기업과 지역에 돌아간 몫이 얼마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행사 방문객이나 예상 매출만으로 사업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은행의 최근 제언처럼 평가 범위를 방한객 수에서 관광수출액과 국내 부가가치로 넓혀야 한다. 해외지사도 현지 여행사·OTA와의 계약액,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한 지역 상품 수, 지방 숙박일수와 관광객 지출액 등을 성과로 제시해야 한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판매가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일회성 행사와 지속 가능한 판로를 구분할 수 있다.

시장별 평가 기준도 달라야 한다. 중국·일본 등 성숙시장에서는 재방문객의 지역 분산과 고부가 상품 계약 실적에 비중을 둘 수 있다. 인지도가 낮은 신흥시장에서는 브랜드 도달률과 신규 유통망 확보가 중요하다. 시장조사와 정부 간 협력처럼 단기 매출로 환산하기 어려운 기능도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세계진출 길 뚫어주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지금 필요한 것은 관광객을 직접 모으는 조직에서 우리 지역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입할 길을 뚫어주는 조직으로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관광객을 직접 모으는 조직에서 우리 지역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입할 길을 뚫어주는 조직으로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실제 계약과 판매로 이어지는 판로를 만든 지사에는 더 많은 예산과 권한을 주고, 행사 실적만 쌓아온 지사는 엄정히 정리해야 한다. 해외지사의 성적은 이제 모객이 아닌 ‘한국 관광의 영토를 어디까지 넓혔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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