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 전시 전경. 한국 전시를 앞두고 4월 타계한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생전 영상을 통해 한국 관람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26.08.12. © 뉴스1 김정한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하게 찍힌 휠체어 바퀴 자국과 금빛 물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독일이 낳은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마지막 숨결이 담긴 회고전 현장이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작가가 생전에 준비한 이번 전시는 작가 타계 후 열리는 첫 대형 회고전이 개막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세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우지은 큐레이터는 "바젤리츠는 동·서독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형상을 뒤집는 등 자신만의 실험적 언어로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며 "분단과 전쟁의 상흔, 인간의 연약함을 목가적 풍경, 독수리, 신체 발과 구두 등으로 다각도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말년의 금빛 회화와 바닥 위 휠체어 자국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은 치열한 실존적 궤적이자 삶과 회화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 전시 전경. 2026.08.12. © 뉴스1 김정한 기자
미술관 입구에는 3.6m 크기의 웅장한 조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캔버스 속 그림들이 모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찌그러진 몸통과 추락하는 독수리 그림은 처음에 다소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거꾸로 된 형상 덕분에 우린 그림의 주제 대신 색깔과 선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된다. 세상을 뒤집어 관습을 깨부수려 했던 작가의 대담한 도전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60년 예술 인생을 담은 작품 46점을 선보인다. 특히 휠체어에 의지한 채 바닥에 캔버스를 펼쳐 두고 그려낸 노년의 '골드 페인팅' 시리즈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나중에 구두가 발견되었다', 2023" 포스터. (세화미술관 제공)
바젤리츠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한 '리믹스'다. 단순한 과거 재탕이 아니다. 음악 프로듀서처럼 자신의 옛 작품이나 존경하는 거장의 모티프를 직접 호출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한다. 상처받고 무거운 인물을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게 전환하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회화에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작 방식이다.
나이 든 육체의 한계를 예술혼으로 이겨낸 작가의 치열한 삶이 화면 위 바퀴 자국에 그대로 남아 감동을 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국가 분단의 아픔을 겪은 작가가 한국 관람객에게 던지는 평화와 실존의 메시지도 무게감이 있다. 여기에 가수 빈지노의 친근한 오디오 가이드는 어려운 현대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젤리츠는 세상을 거꾸로 그리며 기존의 틀을 뒤흔들었다.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우리는 회화의 본질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