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중앙도서관
한말 지식인의 고뇌와 독립 의지 담긴 유일한 기록, ‘서행별곡’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한 뒤 일제의 통치를 거부하고 서간도로 망명한 유학자 이건승이 망명 직후인 1911년 3월에 지은 141장 분량의 한글 가사다. 1910년 9월 22일 망명길에 오른 이건승은 작품을 “어와 이내 몸이 천지간에 생겨나서”라는 구절로 시작했다. 조국을 떠나야 했던 비통한 심정과 나라를 되찾고자 한 강한 의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현존하는 친필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문학적 가치가 크다.
작품은 망명길의 여정과 심경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망명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후학을 위한 학교 교육을 일찍 실시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중간 부분에서는 서울을 떠나 신의주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주한 옛 문화유적에 대한 감회와 서구 문물의 유입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겪는 일본에 대한 두려움, 음식과 언어가 다른 이국땅에서의 고통을 토로하는 한편, 서간도에 도착해 지형을 살핀 후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척박한 현실 사이에서 느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서행별곡’은 암울했던 시대, 한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내적 고뇌와 외적 고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자료다. 이를 통해 당시 애국지사들의 국가관과 주체 의식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문학적으로는 전통적인 유학자가 시대의 아픔을 민족의 글자인 한글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서행별곡 외에 ‘초원담로’, ‘두시약설’, ‘양명문초’ 등 강화학파의 학문적 성과를 담은 자료도 함께 기증받았다. 이들 자료는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