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장센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868년 8월 18일, 인도 동부 군투르의 하늘이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대낮을 삼킨 개기일식의 순간, 프랑스의 천문학자 피에르 장센은 자신이 개조한 분광기로 태양 홍염을 응시했다. 그때 기존 나트륨 D선 근처에서 이제껏 보고된 적 없던 선명하고 강렬한 노란색 방출선(587.49nm)이 망원경 너머로 번뜩였다.
대다수 학자가 이를 단순한 나트륨의 변형으로 여겼으나, 장센은 지구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원소가 뿜어내는 신호임을 직감했다. 그는 일식이 끝난 뒤에도 평상시 햇빛 속에서 태양 가장자리의 대기를 분광 관측할 수 있는 기법을 고안해 이 미지의 빛을 재확인하며 태양 대기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같은 해 10월, 영국의 천문학자 노먼 로키어 역시 독자적으로 동일한 스펙트럼선을 관측하고 새로운 원소의 존재를 확신했다. 로키어는 화학자 에드워드 프랭클랜드와 함께 그리스 신화 속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의 이름을 따 이 물질에 ‘헬륨(Heli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헬륨의 발견은 과학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혁신적 사건이었다. 인류가 발을 딛고 선 지구에서 먼저 채취한 것이 아니라, 약 1억 5000만km 떨어진 외계 천체의 빛을 분석해 원소의 존재를 규명해낸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는 빛의 스펙트럼 분석이 우주를 탐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만천하에 입증했다.
태양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원소로 치부되던 헬륨은 1895년 영국의 윌리엄 램지가 우라늄 광석에서 추출해내며 마침내 지구에서도 물질적 실체를 드러냈다. 이로써 헬륨은 우주 전체에서 수소 다음으로 풍부한 근본 원소이자 불활성 기체의 핵심 축으로 화학 주기율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피에르 장센이 인도 하늘에서 포착한 한 줄기 노란빛은 천문학과 화학을 하나로 결합하며 현대 천체물리학의 태동을 알렸다. 이날의 관측은, 인간의 지성이 별의 심장부를 해독하기 시작한 위대한 분기점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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