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노라, 보았노라'...NY 상륙 패션 디자이너 '고인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후 07:27

[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고정관념이 싫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은 한국에서만 알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그래서 그냥 덜렁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내가 몸을 부딪혀야만 알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디자이너가 됐다.

고인주 디자이너.
고인주 디자이너.
서울에서 자라 세계 패션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인 뉴욕에서 실무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고인주의 이야기다. 미국 사바나예술디자인대학(SCAD)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산업디자인을 부전공한 그는, 현재 뉴욕에서 Adam Lippes, YINAN NEW YORK, Clara Son, JYS Apparel 등 여성복과 남성복 브랜드에서 디자인과 패턴, 샘플 제작 등 안 거쳐 본 일이 이제는 없다.

개인 작업에서는 구조와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졸업 컬렉션 ‘The Dark Within’에는 3D 프린팅과 실험적인 소재 기법을 적용해 IDA(International Design Awards) 브론즈를 수상했으며, ‘Untangled’는 CFDA 360 DEI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학교에서 자신의 스타일과 작업 방식을 찾아왔다면, 뉴욕 현장에서는 아이디어를 실제 옷으로 구현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협업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여성복과 남성복, 기성복 등 서로 다른 성격의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제 옷으로 완성되기까지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제작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와 현장의 차이부터 뉴욕에서 쌓은 실무 경험, 이를 통해 달라진 작업 방식과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까지 고인주 디자이너에게 들어봤다.

◇미국에서 무엇을 배웠나?

한국에서 자란 뒤 SCAD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산업디자인을 부전공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형태와 구조를 다루는 시각을 확립했고, 이 과정에서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디자인을 상업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성을 정립했다. 졸업 후 뉴욕에서는 그래픽 디자인, 테크팩 제작, 스펙 작성, 드레이핑과 패턴, 샘플 제작에 이르는 제품 개발 전 과정을 담당하며 디자인을 실제 생산으로 연결하는 역량을 갖췄다. 현재는 뉴욕을 기반으로 콘셉트 개발부터 생산 사양까지 아우르는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패션디자인과 산업디자인, 두 분야의 시너지는?

패션디자인에서는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옷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산업디자인에서는 사람이 제품을 보다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실험적인 디자인을 많이 해온 만큼 원단 외의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졸업 작품에서도 원단을 당겨 형태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실험했고, 3D 프린팅으로 필요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론과 실무의 격차는 현격하지 않았나?

학교에서는 실무의 기초를 다지는 동시에 자신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디자인이 실제 생산 과정에서 의도대로 구현되도록 공장과 각 담당자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핵심이었다. 한 벌의 옷이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고, 현재는 디자인 의도를 생산 현장까지 일관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뉴욕에서 어떤 일을 했나?

여성 쿠튀르 드레스와 럭셔리 패션, 남성복 등 서로 다른 컬렉션에 참여했다. 프로젝트마다 역할은 달랐지만 그래픽 디자인과 테크팩 제작, 드레이핑, 패턴, 샘플 제작, 텍스타일 프린트 개발, 런웨이 쇼 스타일링 등을 경험했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옷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접하면서 각 과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익혔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을 구상할 때 형태뿐 아니라 제작 과정과 구현 가능성까지 함께 생각하게 됐다.

◇레퍼런스의 강점은?

프로젝트마다 원하는 디자인과 작업 방식이 달라 각각의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디자인과 패턴, 샘플, 소재, 제작 방식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체감했다. 상업적인 패션 브랜드와 실험적인 패션 브랜드를 모두 경험하면서 옷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실제 시장에서 요구되는 조건을 함께 볼 수 있게 됐다. 평소 패턴 작업을 좋아해 옷의 구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인데, 실험적인 접근과 상업적인 관점을 함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느낀 ‘패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옷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과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실제 옷으로 구현될 때까지 계속 소통해야 한다. 구조를 잘 이해할수록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패션은 상업적이면서 예술적인 분야다. 제 컬렉션은 가장 개인적인 부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이해해야 옷을 보는 사람에게도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고인주 디자이너)
(사진제공=고인주 디자이너)
◇자신의 강점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점이다. 호기심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출발점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고, 여성복 드레스부터 기성복, 남성복, 스트리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앞으로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작업을 경험하며 내가 정말 원하는 패션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가고 싶다. 다양한 경험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이어지고, 앞으로 중요한 선택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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