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에 금세 눈물이 맺혔다. 남자가 무용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발레를 그만두라는 아버지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공부도 잘하니까 무용은 그냥 취미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아버지의 설득에 소년은 “그냥 무용하는 게 좋다고!”라며 끝내 고개를 떨궜다.
발레리노 전민철(사진=ⓒBAKi, 전민철 인스타그램)
그의 성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영화 ‘빌리 엘리어트’ 속 주인공의 삶과 꼭 닮았다. 영국 탄광촌에서 자란 소년 빌리가 아버지의 반대를 딛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로, 동명의 뮤지컬로도 제작돼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발레를 반대하는 아버지, 춤을 추는 순간 가장 행복한 아들,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으로 결국 아버지의 마음까지 돌려놓은 소년. 다른 점이 있다면 빌리는 스크린 속 주인공이고, 전민철은 그 이야기를 현실에서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의 알브레히트 왕자로 출연한 전민철(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전민철에게도 발레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걱정한 것은 아들의 미래였지만, 어린 전민철이 꿈꾸는 미래에는 언제나 발레가 있었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러시아 발레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바슬라프 니진스키, 루돌프 누레예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등 발레사에 이름을 남긴 전설적인 무용수들이 거쳐 갔다. 전민철은 이곳에서 군무부터 시작하는 일반적인 입단 과정과 달리, 처음부터 주역을 맡을 수 있는 퍼스트 솔리스트로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다.
‘빌리 엘리어트’의 백미는 성인이 된 빌리가 백조 의상을 입고 힘차게 무대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이다. 가족의 반대를 딛고 탄광촌을 떠난 소년이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멋지게 날아오르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전민철이 국내 팬들을 만나는 작품 역시 고전발레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다. 아버지의 반대를 딛고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간 빌리처럼, 자신의 꿈을 좇아온 전민철의 진짜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유니버설발레단 공동기획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맡은 전민철(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