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작가 최초의 부커상 수상자인 아룬다티 로이(사진=ⓒMayank Austen Soofi).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어머니 내게 오시네’(문학동네)는 로이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삶과 모녀 관계를 돌아본 자전적 에세이다. 책은 202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회고록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97년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발표한 로이는 그해 부커상을 거머쥐었다. 2017년에는 2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소설 ‘지복의 성자’로 다시 한번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두 편의 소설만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그는 문학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인권과 불평등, 민족주의 등 인도 안팎의 정치·사회 문제를 다룬 글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02년 래넌 문화자유상, 2004년 시드니평화상에 이어 2024년에는 PEN 핀터상을 받았다.
그런 로이의 삶과 글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바로 어머니 메리 로이(1933~2022)다. 메리 로이는 인도의 교육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다. 영국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직접 학교를 설립했고, 여성의 재산 상속을 제한했던 트라반코르 기독교 상속법에 맞서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딸에게 존경의 대상인 동시에 상처를 안긴 존재였다. 로이는 “어머니는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길러내고 그들의 삶을 바꾼 훌륭한 분이지만, 나와 오빠에게는 어두운 면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어머니를 사랑했다. 내게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험대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아룬다티 로이(왼쪽부터)와 오빠, 그리고 어머니(사진=ⓒAditya Pande).
‘어머니 내게 오시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로이와 오빠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어머니와 함께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로이는 자신에게 상처와 사랑을 동시에 안겨준 어머니의 삶을 하나씩 되짚어간다. 어린 시절 자신을 아프게 했던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한때 ‘안식처이자 폭풍’이었던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로이의 시선은 집을 떠난 뒤 조금씩 달라졌다. 정서적·경제적으로 독립한 뒤에는 어머니가 자신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해주길 기대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는 “마음을 내려놓자 어머니를 한 사람의 비범한 여성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책에는 메리 로이의 삶과 함께,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열아홉 살에 집을 떠난 로이가 작가와 활동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교차한다. ‘자유로운 여자, 자유로운 글쓰기’를 강조했던 어머니의 정신은 딸에게 이어졌다. 권력과 불평등, 인도 사회의 모순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온 작가 로이의 삶과 글에서도 그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로이는 “지금도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면서 “고작 한 줌의 억만장자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사회는 심각하게 불평등해졌기에 더 평등한 사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에게 글쓰기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것’이다. 그는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봤다. 로이는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오늘날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접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세상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온 로이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과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는 “나는 ‘지혜의 말’이나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정말 서툴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나의 책에 모두 담겨 있다”고 전했다.
“안식처이자 폭풍이었던 어머니…내게 ‘갱스터리즘’을 남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