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기억상회'는 죽음을 모르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기록원이 사람들의 마지막 기억을 타자기로 기록하며 기억의 공개와 소멸을 다룬다.
소설 '기억상회'는 죽음을 모르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기록원이 사람들의 마지막 기억을 타자기로 기록하며 기억의 공개와 소멸을 다룬다. 전민식은 제주 4·3의 기억과 루시·나모의 협업을 통해 화해와 용서의 문제를 짚는다.
기억을 남기려는 의뢰인은 기록원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기록은 요청에 따라 특정 시점에 공개하거나 소멸한다. 가족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와 영원히 묻어두려는 기억이 이 공간으로 모인다.
장루시는 기억상회의 기록원으로서 의뢰인의 말을 듣고 타자로 옮긴다. 그에게 새로 배정된 차나모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로봇으로,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존재 방식 때문에 처음에는 낯선 협업을 시작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기록 업무를 거치며 이해와 공감으로 움직인다. 루시는 나모가 왜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지 묻고, 나모를 둘러싼 인물들은 기계가 인간과 함께하는 미래에 경계와 우려를 드러낸다.
기억을 보존하거나 폐기하려는 선택은 인간다움의 문제와 맞물린다. 소설은 지우고 싶은 순간을 없앤다고 해서 인간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대사를 통해 반성과 기억의 관계를 짚는다.
이야기 한편에는 제주 4·3사건의 기억이 놓여 있다. 루시는 몇몇 의뢰인의 기억을 타자기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자신과 이어진 인연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 다른 가족의 상처를 마주한다.
전민식은 2012년 세계문학상을 받았으며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강치', '해정' 등을 썼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에서 강의하며 집필하고 있다.
△ '기억상회'/ 전민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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