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개인주의가 낳은 고독…소설로 비판한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19일, 오전 07:01

'경제학자 우엘벡'은 미셸 우엘벡의 소설을 바탕으로 합리성과 시장 만능주의를 내세운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을 비판한다.

'경제학자 우엘벡'은 미셸 우엘벡의 소설을 바탕으로 합리성과 시장 만능주의를 내세운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을 비판한다. 베르나르 마리스는 욕망과 경쟁, 고독에 내몰린 인물들을 따라가며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대인의 불안을 짚는다.

경제학은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그러나 우엘벡의 소설 속 인물들은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자유를 얻고도 행복하지 않으며, 풍요 속에서 고독을 겪는다. 마리스는 이런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욕망, 폭력과 두려움, 죽음과 불행을 지운 추상적 인간 모델을 문제 삼는다. 생산·경쟁·소비의 주체로만 인간을 규정하는 시선이 비판의 대상이다.

마리스는 경제학의 이론과 방법론으로 문학을 재단하지 않는다. 어려운 수학이나 통계 대신 우엘벡의 문장을 끌어와 경제 담론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살핀다. 소설의 인물과 경제 이론을 맞세워, 경제학이 비워 둔 현실의 인간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옮긴이의 글도 이 책의 방법을 경제학 내부의 도구가 아닌 소설 텍스트를 활용한 메타 비판으로 규정한다.

책은 '투쟁 영역의 확장', '소립자', '플랫폼', '어느 섬의 가능성', '지도와 영토'를 주요 텍스트로 삼는다. 경제와 노동, 소비와 가치의 문제를 우엘벡 문학의 중심에 놓고, 정치적 발언이나 성적 묘사에 치우친 비평의 범위를 넓힌다. '경제학자 우엘벡'이라는 제목은 소설가에게 경제학자의 자격을 부여하려는 말이 아니라, 경제학자가 놓친 현실을 문학이 포착한다는 역설이다. 원제는 'Houellebecq conomiste'다.

제1장은 앨프리드 마셜을 통해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다룬다. 경제의 이름 아래 자율적이고 생각하는 원자로 자신을 인식하는 인간은 우엘벡 소설에서 절대적 고독을 겪는 인물로 나타난다. 합리적 개인주의와 고립의 관계가 이 장의 축이다. 우엘벡은 성적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소비 사회와 종교, 생명공학과 서구 문명의 쇠퇴를 다뤄온 작가로 제시된다.

제2장과 제3장은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기업과 소비의 문제로 나눠 살핀다.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움의 요구가 노동 현장의 공포, 소비 사회의 피로와 맞닿는다는 것이 책의 관점이다. 창조적 파괴는 성장의 언어인 동시에 통제와 강압을 가리는 장치로 제시된다. 멈춰 서거나 한자리에 머무르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일조차 어려워지는 시장 사회의 모습도 이 대목에서 다룬다.

제4장에서는 카를 마르크스와 샤를 푸리에를, 제5장에서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를 호출한다. 생산과 노동의 구분, 산업 시대의 종말과 자연 고갈 문제를 우엘벡의 서사와 연결한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 맬서스의 이름은 경제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경제 이론과 소설 속 인간을 충돌시키는 장치로 쓰인다. 에필로그는 다시 케인스를 불러 수요와 공급의 언어 아래 가려진 고통을 겨냥한다.

마리스는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으로, 주류 경제학의 합리성과 시장 만능주의를 비판해왔다. 툴루즈 정치대학과 파리 제8대학교, 툴루즈 정치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프랑스 중앙은행 자문위원을 지냈다. 금융거래세 시민운동 'ATTAC'에 참여했고,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에는 '베르나르 삼촌'이라는 필명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남긴 저작이다.

이 책은 경제학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효율과 경쟁이라는 원리가 어떤 인간관을 전제하는지 묻는다. 전문 경제학서처럼 수식과 그래프를 앞세우지 않고, 우엘벡의 인물들이 겪는 욕망·불안·고독을 통해 경제 언어가 비워 둔 삶의 영역을 짚는다.

△ '경제학자 우엘벡'/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강민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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