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의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요코하마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자이니치 여성 하나가 재벌 총수 윤동주를 찾아가며 70년 한국 현대 경제사에 묻힌 비밀을 좇는다.
박상영의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요코하마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자이니치 여성 하나가 재벌 총수 윤동주를 찾아가며 70년 한국 현대 경제사에 묻힌 비밀을 좇는다. 박상영은 방화 사건과 경영권 승계, 여성들의 삶에 얽힌 욕망과 사랑을 미스터리로 엮었다.
화재로 중상을 입은 마츠노 사치코는 딸 하나에게 세일백화점 윤동주 회장을 찾아 진실을 알아내라고 남긴다. 하나는 어머니가 과거 세일백화점 미인대회 우승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윤동주와 세일그룹 일가를 향한 추적에 나선다.
하나의 현재를 따라가는 1부 '타오르는 집'은 어머니의 죽음과 오래전 서울에서 겪은 화재를 한 줄로 잇는다. 하나는 이번 화재가 단순한 사고나 혐오범죄가 아닐 수 있다고 보고, 자신과 어머니가 왜 숨어 지내야 했는지 묻기 시작한다.
기자 맹준호는 하나가 감춰진 과거에 닿도록 돕는 인물이다. 하나는 그와 함께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과 미인대회 기록을 마주하며, 소박한 도시락 가게 주인이던 사치코의 삶이 세일그룹과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은 하나가 한국으로 건너온 뒤 모녀와 윤동주를 둘러싼 관계를 차례로 드러낸다. 어머니의 유해가 캐리어에 담겨 돌아오는 장면은 하나가 익숙한 일상으로 되돌아갈지, 고통스러운 유산을 끝까지 마주할지를 가르는 지점이 된다.
박상영의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요코하마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자이니치 여성 하나가 재벌 총수 윤동주를 찾아가며 70년 한국 현대 경제사에 묻힌 비밀을 좇는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한 가족의 비밀이지만, 추적은 세일그룹을 둘러싼 화재와 죽음, 은폐의 흔적으로 넓어진다. 하나가 듣는 "도망쳐요"라는 말은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위험을 드러낸다.
세일그룹 총수 윤동주는 재벌집 맏딸로 태어나 경영권 승계 전쟁을 통과한 인물이다. 1950년에 태어난 그는 남동생들 사이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조건 속에서 세일그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윤동주를 향한 증언과 기록은 그가 권력과 돈을 얻기까지 잃어야 했던 관계들을 함께 비춘다.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경영권 욕망은 그의 복수에 동력이 되고, 사치코와 하나의 삶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윤동주의 과거는 전쟁 뒤 원조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산업가, 계열사를 넓혀간 기업집단, 수익과 효율 뒤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기록과 맞물린다. 소설은 한 기업의 성장사를 따라가며 한국 산업 구조 변화와 경제 사건을 함께 놓는다.
제목의 '왕관'은 승계를 통해 얻은 권력의 상징인 동시에 그 대가를 묻는 장치다. 단단해 보이는 재벌가의 성공 서사 뒤에는 담합과 부패, 축적된 재화,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이들의 시간이 놓여 있다.
2부 '요정의 세계'는 죽은 마츠노 사치코의 목소리로 시간을 되짚는다. 사치코는 자이니치로 일본에서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본명 송행자 대신신 마츠노 사치코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여성이다.
조실부모와 빚, 가난을 견디던 사치코는 고등학생 때 한국에서 열린 세일백화점 미인대회에 당선되며 삶의 방향이 바뀐다. 화려한 무대에 올랐지만 곤궁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이후 요코하마의 작은 도시락 가게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택을 감당한다.
사치코의 기록은 하나가 알지 못한 어머니의 시간을 채운다. 26년 만에 재가 돼 한국으로 돌아온 사치코의 유해는 남겨진 딸에게 사랑과 상처가 같은 관계 안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3부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화재로 시작한 비밀과 윤동주의 복수, 사치코의 기록이 만나는 자리다. 하나가 좇은 진실은 개인의 가족사에 머물지 않고, 발전의 이름 아래 누가 권력을 얻고 누가 그림자로 남았는지를 되묻는다.
소설은 윤동주의 집념과 사치코의 생애를 나란히 두고, 여성들이 각기 다른 조건에서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거나 붙드는 과정을 그린다. 한 사람에게 구원이었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문제의식도 이 관계들 사이에 놓인다.
박상영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과 '믿음에 대하여', 장편 '1차원이 되고 싶어' 등을 썼다.
이번 작품은 '믿음에 대하여' 이후 4년, 장편소설로는 '1차원이 되고 싶어'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박상영은 동세대의 사랑과 고민을 다뤄온 흐름에서 나아가, 이 소설에서 한국 현대 경제사의 사건들을 경유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에 처음 도전한다.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박상영 지음
박상영의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요코하마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자이니치 여성 하나가 재벌 총수 윤동주를 찾아가며 70년 한국 현대 경제사에 묻힌 비밀을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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