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병에 감염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 최정원 장편소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20일, 오전 10:01

최정원의 장편소설 '목소리가 들린다'는 수술을 앞두고 잠든 이세가 60년 뒤, 사람이 나무나 괴물로 변하는 '나무병'으로 무너진 세계에서 눈을 뜨며 시작한다.

최정원의 장편소설 '목소리가 들린다'는 수술을 앞두고 잠든 이세가 60년 뒤, 사람이 나무나 괴물로 변하는 '나무병'으로 무너진 세계에서 눈을 뜨며 시작한다. 지난 7일 출간한 이 소설은 감염된 지헌과 이세가 치료제를 찾아 숲으로 향하는 여정에 생존과 선함의 선택을 겹친다.

나무병은 감염자의 몸을 각질로 뒤덮고 땅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바이러스다. 이세는 자신이 잠든 사이 이 병이 퍼져 세상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낯선 세계에 적응할 틈도 없이 생존의 위협이 닥친다.

'목소리가 들린다'는 최정원의 전작 '허밍'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이세와 지헌이라는 새 인물이 서사를 이끈다. 전작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나무병 이후의 세계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지키는 관계를 좇는다.

소설은 프롤로그와 3부, 작가의 말로 구성했다. '살아 있는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부터 '놓아야 하는 것, 놓칠 수 없는 것', '선택받을 자격, 선택할 자격'으로 이어지는 각 부는 살아남은 이들이 내리는 선택을 따라간다.

60년 뒤 셸터 '세종'과 이세의 정체
이세가 처음 발을 들이는 셸터 '세종'은 무너진 진명시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받아들인 곳이다. 이세는 이곳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달라진 세계의 질서에 적응한다. 셸터는 이후 이세가 자신의 정체와 생존의 방향을 확인하는 공간이 된다.

차가운 저수지에서 익사 직전에 깨어난 이세를 구한 이는 낯선 남자 지헌이다. 나무 괴물의 습격을 피해 두 사람은 세종으로 향하고, 이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시간과 완전히 달라진 풍경을 통과한다.

세종의 방벽에 세워 둔 라이트가 고장 나면서 이세의 능력도 드러난다. 빛을 두려워하는 변이체를 막기 위해 라이트의 방향을 돌려야 하는 순간, 지헌이 움직이지 못한 장치를 이세가 돌려세운다. 이세는 그 힘의 이유와 자신의 정체를 알아간다.

최정원의 장편소설 '목소리가 들린다'는 수술을 앞두고 잠든 이세가 60년 뒤, 사람이 나무나 괴물로 변하는 '나무병'으로 무너진 세계에서 눈을 뜨며 시작한다.
감염된 지헌과 두 사람의 동행
감염된 지헌과 함께하는 이세의 여정은 치료제를 찾아 나무 괴물이 득실거리는 숲으로 향하는 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이세 앞에 놓인다. 낯선 세계에 도착한 인물이 피난처에 머무는 대신 위험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구도다.

지헌의 사정은 이세의 여정과 맞물린다. 그는 나무병에 감염돼 언젠가 사람들을 해치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세종에서 함께 삶을 꾸리던 사람들을 해치지 않으려 그는 감염을 숨긴 채 떠날 길을 택한다.

이세는 혼자 떠나려는 지헌에게 동행을 제안한다. "혼자선 안 돼요. 날 데려가요"라는 이세의 말은 두 사람이 치료제를 찾아 함께 숲으로 향하는 계기가 된다. 지헌은 이세를 데려가려 하고, 이세는 자신이 그를 데려가겠다고 맞선다.

두 사람의 동행은 감염과 치료제라는 생존의 과제를 품는다. 동시에 자신을 망쳐 가면서도 한 사람을 지키려는 선택이 관계의 중심에 놓인다. 이세와 지헌은 숲의 위협 속에서 서로를 지키며 목적지로 향한다.

2부 '놓아야 하는 것, 놓칠 수 없는 것'과 3부 '선택받을 자격, 선택할 자격'은 이 관계가 맞닥뜨리는 판단을 제목으로 드러낸다. 이세와 지헌의 길은 치료제를 찾는 이동인 동시에, 떠나야 할 사람과 붙잡아야 할 사람 사이의 선택을 다룬다.

선함과 믿음, 무너진 세계의 뒷장
소설은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 생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선택을 함께 놓는다. 타인을 공격해 살아남으려는 사람,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자신을 해치려는 적까지 지키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선의와 사랑, 믿음은 이들이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세종이 진명시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인 일도 이 기준을 보여준다. 다른 대형 셸터가 진명시 출신 수용에 소극적이던 때, 세종은 버려진 사람들이 버린 사람들을 거둔 곳으로 기억된다. 공동체가 지닌 자존심은 배제 대신 수용을 택한 경험에서 나온다.

인물들은 무너질 가능성을 알면서도 선한 선택을 반복한다. 작품 속 한 인물은 "무너질 모래성을 계속 쌓아 보는 것"을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파도에 쓰러지는 모래성의 이미지는 실패를 거듭하는 세계에서 포기하지 않는 태도와 이어진다.

△ 목소리가 들린다/ 최정원 지음/ 340쪽

최정원의 장편소설 '목소리가 들린다'는 수술을 앞두고 잠든 이세가 60년 뒤, 사람이 나무나 괴물로 변하는 '나무병'으로 무너진 세계에서 눈을 뜨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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