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고문 뒤 한 달 만에 숨진 열다섯 소년…주재년 열사의 동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20일, 오전 10:01

'돌에 새긴 나라'는 1943년 전남 여수 돌산읍 작금마을의 돌담에 독립 염원을 새긴 주재년 열사의 항일 투쟁을 역사 동화로 풀어낸다.

'돌에 새긴 나라'는 1943년 전남 여수 돌산읍 작금마을의 돌담에 독립 염원을 새긴 주재년 열사의 항일 투쟁을 역사 동화로 풀어낸다. 홍종의는 일본식 이름을 쓰던 열두 살 소녀 미자의 시선으로 소년의 선택과 한 가족이 겪는 식민지의 시간을 좇는다.

돌담 바위에 남은 글은 조선과 일본이 다른 나라임을 알리고, 일본의 패망과 조선 독립을 적은 스무 자다. 소년이 부러진 호밋자루 끝으로 이를 새기는 장면은 억압 속에서 드러난 항일의 결심을 보여준다.

1943년 작금마을에서는 쇠붙이와 목화솜을 빼앗기고 우리말과 이름마저 통제받았다. 작품은 이런 일상을 배경으로 재년이의 행동과 마을에 닥친 공포를 함께 그린다.

열두 살 미자는 일본식 이름 '오카무라 미코'를 받고 일본말을 쓰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재년이와 가족을 둘러싼 사건을 겪으며 자신이 믿었던 질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마주한다.

소녀 미자가 마주한 식민지의 일상
이야기는 미자의 변화와 가족의 상처를 따라 식민지 교육이 아이들의 언어와 감각을 어떻게 흔들었는지 드러낸다. 일본 이름을 쓰는 데 익숙했던 미자는 돌담의 비밀을 알게 된 뒤 조선말과 나라의 의미를 새로 생각한다.

미자는 아이들 앞에서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꾼 뒤 일본말로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일본 사람이 된 듯한 감각을 자랑하던 장면은 황국신민화 교육이 어린이의 일상에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재년이를 다그치던 미자는 다급한 순간 조선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자신을 발견하고, 작품은 그 언어의 흔들림을 통해 강요된 말과 마음속 언어가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전쟁은 미자의 가족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큰오빠는 전쟁으로 팔을 잃고, 작은오빠는 형이 전쟁에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침묵 속에서 재년이를 품는다.

미자는 목화밭 돌담에서 재년이가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장면을 본다. 집에서 나간 부러진 호밋자루가 사건의 증거가 되는 과정은 소녀를 혼란과 두려움 속으로 이끈다.

'돌에 새긴 나라'는 1943년 전남 여수 돌산읍 작금마을의 돌담에 독립 염원을 새긴 주재년 열사의 항일 투쟁을 역사 동화로 풀어낸다.

돌담에 새긴 스무 자와 소년의 선택
돌담의 글씨는 재년이의 결의와 마을 전체를 겨눈 일제의 탄압을 잇는 중심 장면이다. 작품은 네 개의 바위에 남은 문장과 이를 둘러싼 수색을 통해 항일 투쟁의 대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바위에는 "조선과 일본은 다른 나라다", "일본은 반드시 망한다", "조선 독립 만세", "조선에 해방이 온다"는 뜻의 문구가 새겨진다. 처음 미자가 본 글자는 열일곱 자였지만, 이후 네 번째 돌에 세 글자가 더해져 스무 자가 된다.

미자는 네 번째 바위에 남은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 읽으며 재년이가 남긴 문장의 뜻을 알아간다. 돌담의 한자는 마을을 뒤흔들고, 앞바다에는 경찰선 예닐곱 척이 뜨며 백 명이 넘는 경찰이 사흘째 수색을 벌인다.

경찰은 범인을 찾지 못하면 노인들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한다. 재년이는 압박 속에서 책임을 홀로 떠안고, 이야기는 소년의 선택이 가족과 마을에 남긴 긴장을 따라간다.

'내가 범인이다', '뒷배가 누구냐', '좋은 세상이 온다' 등 열 개 장은 돌담의 글씨가 발견된 뒤 전개되는 사건을 잇는다. 본문 뒤에는 '돌에 새긴 나라 사랑'과 '이야기 속 진짜 주인공, 주재년 열사를 만나다'를 배치해 실화의 주인공을 다시 만난다.

판결문으로 되찾은 이름, 어린이에게 건네는 역사
주재년 열사의 기록은 고문과 죽음 뒤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2006년 판결문 발굴로 다시 드러났다. 작품은 이 실화를 어린이 독자가 한 소녀의 시선으로 따라가도록 재구성한다.

주재년은 체포 뒤 4개월 동안 고문을 견디면서도 다른 이의 이름을 대지 않았고, 석방 한 달 만에 후유증으로 숨졌다. 열다섯 살 소년의 항일 투쟁은 돌담의 글씨와 함께 작품의 역사적 뼈대를 이룬다.

저자 홍종의는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 '철조망 꽃'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계몽아동문학상과 대전일보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동화 100여 권을 썼다.

△ 돌에 새긴 나라/ 홍종의 지음/ 124쪽

'돌에 새긴 나라'는 1943년 전남 여수 돌산읍 작금마을의 돌담에 독립 염원을 새긴 주재년 열사의 항일 투쟁을 역사 동화로 풀어낸다.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