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에 초점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송일국 “좋은 무대 선사할 것”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후 06:40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주인공 스탠리는 제 성격과는 정반대의 인물인데, 저를 깨고 새로운 인물을 구축하는 힘든 과정에 있습니다. 하루하루 고뇌의 길을 걷고 있지만 결과는 좋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왼쪽부터 배우 황정원 송선미 송일국 사강 김주희, 조금희 연출가.(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왼쪽부터 배우 황정원 송선미 송일국 사강 김주희, 조금희 연출가.(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미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오는 10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가운데 주인공 스탠리 역을 맡은 송일국은 이같은 포부를 20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작품의 중심인물 블랑시에 집중했던 기존 해석에서 벗어나 스탠리의 폭력성과 야만성, 연민의 부재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들여다본다.

◇“스탠리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초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7년 초연된 이후 뉴욕 극비평가협회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테네시 윌리엄스를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이다. 이후 영화로도 제작돼 비비언 리와 말런 브랜도의 열연으로 널리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조금희 연출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역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거의 블랑시 위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이번에는 스탠리의 폭력성, 야만성, 연민의 부족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것들이 과연 정당한가를 한 번쯤 생각해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탠리라는 인물을 단순히 폭력적인 남성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연결지었다. 조 연출가는 “스탠리의 잔혹함과 폭력성, 연민의 부재를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에 접목해봤다”며 “뒤처지고 낙오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 없는 오늘날 스탠리라는 인물이 가차 없이 블랑시를 무너뜨리면서 결국 블랑시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몰락한 명문가 출신 블랑시가 미국 남부의 항구도시 뉴올리언스에서 동생 스텔라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과거를 감추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블랑시는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와 사사건건 충돌한다. 거칠고 현실적인 스탠리는 블랑시가 숨기려는 과거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블랑시는 스탠리의 친구 미치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그러나 과거가 드러나면서 블랑시가 붙잡고 있던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조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서 심리극이라는 원작의 특성을 살리면서 표현주의적 기법을 가미했다고 한다. 블랑시가 독백하는 장면에서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그림자로 표현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스탠리와 블랑시, 미치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색소폰 음악과 그림자를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송일국 “새로운 인물 구축”·송선미 “뼈를 깎는 마음”

스탠리를 연기하는 송일국에게 이번 작품은 기존 이미지와 정반대의 인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송일국은 “워낙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다른 배역이기 때문에 스탠리의 감정을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무대에서 관객분들이 ‘저 사람 송일국이었지’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스탠리가 제가 갖고 있는 성격과 워낙 반대되는 이미지라 저를 깨고 새로운 인물을 구축해야 하는 게 굉장히 힘든 과정”이라며 “배우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을 깨부수는 것 또한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블랑시 역의 송선미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 무대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온전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송선미는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블랑시라는 역할의 색깔이 많이 달라진다”며 “제가 가진 것을 많이 활용해 블랑시를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가진 기본적인 성격은 평화주의자이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데 블랑시는 굉장히 불안한 인물”이라며 “연출님이 원하시는 뾰족한 블랑시를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무대에 대해 “이번에는 블랑시라는 연기로 뼈를 갈아넣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카메라나 다른 장치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연극에서 온전히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스텔라 역의 사강은 “각 인물에게는 각자의 욕망이 있고 그 안에서 스텔라의 욕망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스텔라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는 사랑도 있고 가족도 있고 현실도 있다”며 “스텔라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오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 총 6회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진행된다. 러닝타임은 100분이며 14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티켓은 R석 7만원, S석 5만원으로 마포아트센터와 NOL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마포문화재단과 극단 툇마루가 주최·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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