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소리꾼 김준수'의 파격과 광기…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묻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24일, 오전 07:30

창극 '살로메'에서 살로메 역의 김준수(오른쪽)와 세례 요한 역의 김도완(마포문화재단 제공)

"요한의 목을 원합니다."
이토록 잔혹한 집착이 또 있을까. 외면당한 마음은 독기로 변하고, 독기 어린 사랑은 활활 타오르는 광기로 치닫는다. 이 지독한 사랑의 종착지는 파멸이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창극 '살로메'는 신약성경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동명 희곡을 우리 소리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세례자 요한을 향한 공주 살로메의 욕망과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관계를 그린다. 사랑을 거절당한 살로메가 의붓아버지 헤로데를 유혹해 요한의 목을 요구하는 비극을 판소리로 풀어냈다.

22일 무대에는 살로메 역의 김준수를 비롯해 헤로데 역의 유태평양, 세례 요한 역의 김도완 등 8명의 소리꾼이 올랐다.

김준수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요한의 눈과 입술, 머리칼을 예찬하는 목소리에는 사랑의 설렘이 가득했고, 그의 주위를 휘감듯 맴도는 자태는 영락없는 팜므파탈이었다.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흰 드레스 자락을 나풀거리며 헤로데 왕 앞에서 춤을 출 때는 남성 소리꾼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남성 배우임에도 여성적인 아름다움과 요염함이 강하다"는 김시화 연출의 평 그대로였다.

창극 '살로메' 공연 장면(마포문화재단 제공)


요한의 목을 앞에 둔 채 펼치는 모놀로그 장면도 압권이었다. "너구나"라며 담담히 시작한 독백이 "요한! 넌 내가 사랑한 단 한 사람"이라는 절규로 치달을 때, 광기의 팜므파탈에서 회한 짙은 여인으로 무너져 내리는 김준수의 연기는 객석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작품은 걷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무대에 펼쳐 보이며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주인공 살로메를 비롯한 극 중 인물들을 통해 통제되지 않은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참혹한 파멸을 부르는지 보여준다. 극본을 쓴 고선웅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무엇에 정신이 팔려 사는지 일깨우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로메라는 이름의 뜻은 '평화·평안을 가져오는 자'다. 요한을 향한 파괴적인 집착을 내려놓았더라면 살로메의 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소리꾼들의 열연과 감각적인 무대 디자인 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연 초반 마이크 음향이 매끄럽지 못해 몰입이 좀 힘들었다", "신체와 외모를 노골적으로 평가하는 대사가 다소 불편했다"와 같은 관객 평도 눈에 띈다.

창극 '살로메'는 21~23일 마포아트센터 공연을 마친 뒤 천안·부산·울산·고양·대구·창원 등에서 전국 순회를 이어간다.

창극 '살로메'에서 김준수(마포문화재단 제공)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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