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 자본주의 시대에도 사랑은 꽃피죠”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전 05:02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줄어들다보니 인생을 마무리해 나가면서 독자들이 원했던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이야말로 우리네 삶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이니까요.”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해냄출판사)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해냄출판사)
조정래 작가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소설이 마지막 장편 소설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으로 잘 알려진 조 작가는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서리꽃’을 들고 독자들 곁을 찾았다. 1970년 등단 이후 56년 동안 발표한 작품만 68권인 그가 ‘사랑’을 주제로 펴낸 첫 소설이다.

책은 운명 같은 만남으로 시작되는 깊은 사랑 이야기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시 동아리에서 개최한 시화전에서 주인공 이재이는 시를 출품하고, 이재이의 시에 한눈에 매료된 윤소인은 시를 곱씹어 외운 후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변용해 매력적인 시화를 그려낸다. 이재이는 자신의 시에 딱 맞는 그림을 그려준 미대생 윤소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고맙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유학길에 오른다.

조 작가는 “서리꽃은 짧은 사랑 이야기지만 야만적인 자본주의 하에서 어떻게 인간이 굴하지 않고 영원한 사랑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담아내려 했다”면서 “철학적인 사유를 하며 돈에 대해 초월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인공이 다소 비현실적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런 비현실성이 영원한 사랑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43년생인 조 작가는 어느덧 여든셋의 고령에 접어들었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는 “지난해 9월 배를 30㎝ 가르는 복부대동맥 수술을 받았는데, 나이가 있다보니 의사로부터 수술 후에 못 깨어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수술실에 실려가면서 인생을 돌이켜 봤지만 회한은 없었다. 수술로 인해 예정보다 서너 달 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늘 그랬듯이 꾸준하게 써내려갔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창작업계에서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해선 “인간 작가의 상상력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학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인류에 기여하는 수단”이라며 “이번 작품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썼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인간 작가의 상상력을 절대 모방할 수 없다”면서 “소설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 분야의 최정점은 언제나 인간의 영역일 것이며, AI로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장편소설 신간을 끝으로 당분간 단편 소설과 서예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조 작가는이어 “소설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에 기여하는 수단”이라며 “제 문학이 그런 흔적이 되길 바라며 56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편 소설 위주로 50년 넘게 쓰다 보니 오랜 시간을 긴장과 초조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이제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문학을 막 시작했을 때처럼 단편 위주의 집필과 서예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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