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두 국어교사가 주고받은 문학의 편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26일, 오전 07:01

교실에서 교사는 말을 많이 하지만, 아이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할 때가 있다.

'교실 바깥의 마음'은 동갑내기 국어교사 최지혜와 하고운이 책과 수업, 일상의 고민을 편지로 주고받은 기록이다. 두 저자는 문학을 매개로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과 교사로서의 흔들림, 여성으로 살아가며 마주한 질문을 풀어낸다.

교실에서 교사는 말을 많이 하지만, 아이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할 때가 있다. 두 사람은 수업 진도와 생활지도가 하루를 채우는 교실에서 어떤 말로 학생에게 다가갈지, 좋은 교사이고 싶은 마음과 실제 수업 사이의 간극을 편지로 짚는다. 가르치는 일의 숙련이 곧 고민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드러난다.

편지는 서로의 책장을 묻는 데서 출발한다. 2022년 2월 최지혜가 출산을 앞두고 느낀 두려움과 고립감 속에서 친구의 편지를 받았고, 답장을 쓰며 삶과 읽은 책, 고민을 엮어갔다. 하고운이 소설·논픽션·에세이를 보내면 최지혜는 시로 응답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편지는 말로 흩어질 감정을 언어로 붙들고, 서로의 생각과 감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두 사람의 대화는 교사의 역할을 다시 돌아본다. 최지혜는 교실에서 잔소리 외의 대화를 이끌기 어려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학생을 대하기 어려웠던 까닭이 대화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인지 묻는다. 교사가 '말하는 사람'이라는 익숙한 역할을 넘어 학생의 말을 듣는 관계가 책의 한 축을 이룬다. 수업의 통제와 관계의 언어 사이에서 망설였던 순간들도 편지에 남는다.

학생들의 마음도 편지 속에서 구체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심인성 통증을 호소하며 조퇴를 원하던 학생, 급식실에서 혼자 점심을 보내기 힘들어하던 학생의 이야기는 교실 안 불안과 외로움을 드러낸다. 두 저자는 해답을 단정하기보다 아이 곁에서 할 수 있는 시선과 말을 살핀다. 학생의 감정을 교사의 업무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고, 그 감정 앞에서 교사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돌아보는 대목이다.

문학 작품은 개인의 경험을 다시 읽는 통로가 된다. 책에 수록된 '스위치'를 두고는 "그래도 막냇삼촌은"이라는 문장을 따라가며, 관계가 끝난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들여다본다. 시와 에세이, 소설, 르포, 영화에서 만난 문장들은 학생과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로 편지에 들어온다. 윤동주와 나희덕의 시, 타라 웨스트오버·비비언 고닉·프리모 레비 등의 글이 대화의 결을 넓힌다.

두 저자는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 분과 물꼬방에서 만난 뒤 책을 읽고 영화와 여행을 함께하며 우정을 이어왔다. 최지혜는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을, 하고운은 '우리들의 문학시간'을 썼다. 이번 책에는 교사로서의 피로와 자책, 일터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의 어려움도 담겼다. 두 사람이 교사이면서 친구이자 독자,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 편지의 배경을 이룬다.

프롤로그 '외로운 구석에 볕이 들었다'로 시작하는 책은 교사의 일상과 우정, 문학의 문장을 편지 형식으로 묶는다. '어른인 척했던 것 같아', '아이들에게는 슬픔의 자리가 필요할 거야', '넓게, 길게 희망하자' 등은 수업과 삶에서 건져 올린 질문을 제목으로 삼는다. 에필로그에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와 편지에 담긴 책·영화 목록을 실었다. 목차의 흐름은 교실의 사건에서 개인의 감정, 친구와 나누는 독서로 시선을 옮긴다.

'교실 바깥의 마음'은 교사라는 직업을 단일한 역할로 한정하지 않는다. 두 저자는 자책과 흔들림을 편지로 꺼내며, 문학을 읽고 서로의 경험을 다시 해석한다. 책은 교실에서 시작된 질문이 일과 우정, 삶 전체로 이어지는 과정을 기록하며, 혼자 감당하지 않는 방식이 무엇인지 묻는다.

△ '교실 바깥의 마음'/ 최지혜·하고운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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